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4·11 총선 이후 중첩된 당내 갈등 상황과 관련, "당이 또 구태한 모습을 보이면 자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력 경고했다. 친박계 인사들 간의 갈등과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친박계와 쇄신파 간의 대립, 비박(非朴) 진영 대선주자들의 경선 룰 변경 요구에 따른 논란 등을 모두 겨냥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청주에서 열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 참석 후 동행한 기자들로부터 "당내에 갈등과 혼란이 있다"는 질문을 받자 "우리 당은 또 잘못하면, 이런 구태한 모습을 보이면 용서를 빌 데도 없다"며 "마지막 기회를 주신 것이기 때문에 또 한번 기회를 주십사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경선도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하면 되지 뒤에서 계속 언론플레이하고 뭐가 어떻게 짜여 있느니, 있지도 않은 쓸데 없는 얘기를 하는 것은 당을 흐리게 만들고 당을 해치는 일"이라며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 냈다. 5·15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 위주로 구성된 지도부 내정 명단이 나돌고 낙점설이 퍼지자 관련 인사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박 위원장은 또 "민생 얘기는 어디로 가버리고 (당이) 온통 정쟁의 모습"이라며 "다 같이 노력해야 국민의 삶을 챙길 수 있는데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의 언급에는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비박 진영 3인방이 대선 후보 경선 룰을 완전국민경선제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민생을 챙기기보다 정쟁이나 다른 것부터 해야겠다면 (선거 전에)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어야지 끝나자마자 이런 식으로 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정말 국민들 앞에 면목이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또 "총선이 끝난 지 불과 며칠 됐다고 절절하게 국민들께 호소했던 마음을 잊고 사실이 아닌 왜곡된 이야기를 지어내 그게 당 안에 떠돌아다니고 그게 또 확대재생산되고, 언론플레이하고 이래서야 당의 모습이 흐트러지고, 갈등과 분열로 가는 모습을 국민들한테 보이면 또 한번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에는 친박계 내 파워게임에 대한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
박 위원장은 앞서 KBS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제수 성추행' 의혹 및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으로 각각 탈당한 김형태·문대성 당선자와 관련, "저희 당에서 철저히 검증하지 못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어려운 민생을 해결하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데 일부 당선자들의 과거 잘못들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리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ㆍ청주=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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