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빌려준 돈을 대신 받아주겠다는 식으로 채권회수업자 뺨친 중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25일 서울 강북경찰서와 강북구의 한 중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에서 출석 정지 중인 박모(16)군은 올 초부터 같은 학교 송모(15)군을 지속적으로 협박해왔다. 송군이 같은 학교 이모(15)양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송군이 이양에게 빌린 돈은 당초 5만원이었지만 박군은 본인 수고비 2만원을 더해 송군에게 총 7만원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진상 조사 결과 박군은 이양에게 "빌린 돈의 이자까지 쳐서 받아 줄 테니 2만원을 나에게 떼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를 일으켜 타 학교로 강제 전학을 당한 박군은 또 송군에게 "돈을 갚지 않으면 학교를 찾아가 몸 값으로 받아 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양도 박군의 말 대로라면 손해 볼 것이 없는 조건에 동의했다. 박군은 이 과정에서 이양에게 "손해 보는 일이 없게 해 주겠다. 원래 네가 송군에게 빌려준 금액이 5만원이 아니라 7만원이었다고 우기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조사에서 이양은 박군에 대해 "한 친구가 '돈을 받아 줄 사람'이라고 소개해 줬을 뿐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주로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진행 상황이나 계약 조건에 대해서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한 달 넘게 협박을 당한 송군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송군의 어머니가 박군이 보낸 협박 문자를 발견, 올 2월 강북서에 신고했다고 학교측은 밝혔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강북서는 이 사건과 관련, 두 달여 동안 가해자인 박군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었다. 박군은 현재 금품 갈취 협박 대신 놀이터에서 다른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빼앗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강북서 관계자는 "박군을 스마트폰 절도 혐의로 수사하고 있지만 금품 갈취 협박한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진상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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