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5일 파이시티의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인허가 과정에 대한 내부 감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시 정무직 고위 공무원들의 로비연루 사실이 처음 확인되면서 파이시티의 정확한 로비 시점과 로비 대상자가 누군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이시티가 첫 번째로 서울시 고위공무원들에게 로비를 벌였을 유력한 시점은 2004년부터 2005년 12월까지로 파이시티가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의 자문을 받던 시기이다. 당시 시 도시계획국은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중 '계획시설의 세부시설을 결정ㆍ변경할 때는 지방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도시관리계획을 바꿀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을 복합유통단지로 용도 변경하는 계획안을 '경미한 결정'으로 취급해 심의 안건이 아닌 자문 안건으로 처리했다.
2005년 11월 열린 도계위에 참여한 일부 위원들은 용도 변경은 '중요한 사항'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 위원은 "파이시티가 들어서면 일대에 교통난을 유발할 수 있어 교통대책을 세운 후에나 변경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파이시티가 투자자를 모집해 예상수익금액이 1조원에 달할 만큼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어 이는 중대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계위는 당초대로 '경미한 결정'으로 분류해 처리했다. 시 관계자는 "한마디로 정책적으로 파이시티를 밀어주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그 배경이 무엇인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이 시기에 서울시 정무국장으로 재직해 간여할 여지가 있었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인허가 청탁을 받았다고 언급한 시점이어서 파이시티의 로비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2의 파이시티 로비시점은 사업의 용도가 변경된 2006년 5월부터 사업 계획안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2008년 10월 사이다. 2008년 8월 도계위에선 파이시티 측이 업무시설 비율을 23%로 신청한 것이 문제가 돼 심의가 지연됐다. 현행 건축법상 유통업무설비에는 사무소 등 업무시설과 점포 등의 편의시설을 세울 수는 있으나 당초 업무시설 비율을 6.8%에서 23%까지 올린 것은 편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계획안은 업무시설 비율 20%로 심의를 통과했다. 강철원 당시 서울시 홍보기획관이 박 전 차관에게 청탁전화를 받은 것이 2007년이라는 점을 미뤄볼 때 이 시기에 제2의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5일 "(2006~2008년) 당시 서울시 정무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그랬을 것"이라고 지적해 당시 정무라인 고위인사들에 대한 비리연루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때 정무부시장은 권영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고 후임은 이상철(사망)씨였다. 김범진씨와 이종현 청와대 춘추관장, 서장은 중앙대 특임교수가 당시 정무특보 및 정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파이시티는 당시 업무시설 비율 관련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전방위 로비에 나섰을 것으로 보여진다.
제3의 파이시티 로비시점은 2009년 3월 서울시로부터 파이시티의 건축허가 신청이 반려된 후 8개월만인 2009년 11월 조건부 건축허가가 나오기까지의 시기이다. 파이시티는 당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투자금을 조성하면서 막대한 이자 때문에 자금압박을 받던 때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울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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