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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새누리당의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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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새누리당의 '실력'

입력
2012.04.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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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끝난 후 정치평론가들이 "요즘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만도 못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유행이다. 이 말은 어떤 측면에선 맞는 부분도 있고, 민주당에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의도도 인정된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가 좀 더 복잡하기 때문에 부연이 필요하다.

가령 새누리당이 '빨간 색'으로 색깔을 바꾼 것은 '잘한 일'이라 인지된다. 그런데 그렇다고 민주당이 '빨간 색'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칭찬받기는커녕 보수언론의 '색깔론'의 빌미가 되었을 것이며, 진보진영에서도 좌파들의 영역을 침해하는 비윤리적인 처사라는 비난이 나왔을 것이다. 애초에 민주당이 할 수 없었던 일을 두고 새누리당을 칭찬하며 비교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문대성과 김형태의 탈당조치를 두고 새누리당을 칭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그들이 민주당의 후보였다면 진즉에 사퇴를 했을 가능성이 높고 버텼더라도 당선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치평론가들에게 흔히 가지는 불만도 이런 부분에 있다. 새누리당은 호남보다 인구가 두 배나 많은 영남이란 지역기반을 가지고, 투표율 높은 강남주민들의 충실한 계급투표의 지원을 받으며, 그 지지자들은 소속 정치인의 어지간한 부정에는 반응하지도 않는다. 또한 김형태처럼 '어지간한 부정'을 넘어서 듣기만 해도 정신이 아연해지는 '인륜'의 영역에서 잘못을 저지른 경우라도, 선거 전에는 이 문제를 제대로 보도해주지 않는 보수언론과 방송의 후원을 등 뒤에 업고 있다. 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민주당의 '실력'을 문제삼는 이들은 사실상 새누리당을 편들고 있거나 양심이 없는 이들이란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그런데 한편으론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소수정당 사람들을 평가할 때는 '능력'이란 잣대를 활용한다)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벌이는 경쟁이 게임으로 말한다면 '불공정 게임'이란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불공정성의 진정한 문제는 그것을 떨쳐낼 수가 없으며, 떨쳐내려고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불공정성을 개선한다는 것은 가령 민주당 지지층의 도덕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새누리당 지지층의 그것만큼 후퇴시키라는 요구이다. '우리 편'에 다소 잘못이 있어도 저들이 하는 것 마냥 무조건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혹은 '우리편 언론' 역시 '우리편 잘못'을 민감한 선거 국면에서는 되도록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요구에 해당한다. 실제로 이런 식의 요구를 방책이랍시고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개혁이기는커녕 그저 민주당의 후퇴에 해당할뿐더러, 실용적으로도 민주당을 지지할 수도 있는 중도층의 확실한 이탈을 보장할 뿐이다. 그리고 호남의 인구가 영남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민주당은 중도층이 조금만 이탈해도 확실하게 패배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조건이 '현실'이기에 이번 총선 결과 정도는 '사실상 승리'로 치부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나꼼수 덕분에 이 정도라도 이겼다"란 주장이나 "17대 총선 제외하면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이라는 주장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 역시 하나의 극단인 것은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대해 벌이는 게임이 불공정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민주당은 한때 단독으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을 만큼 좋은 조건에서 선거를 치뤘기 때문이다. 불리한 조건도 있지만 그 안에서 더 이길 수 있는 여지도 있었던 것인데, 그 여지를 민주당이 살리지 못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두 정파의 게임이 불공정하다는 건 새누리당이 민주당처럼 정권 말기 실정을 공격하는 상황이었다면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었고, '삽질'을 했더라도 무난하게 과반을 거두었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처음부터 새누리당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는 수준의 것은 아니다.

결국 불공정한 상황이지만, 그렇기에 야권이 훨씬 더 노력을 해서 새누리당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민주당의 '능력'을 새누리당의 '능력'과 단선적으로 비교하기 보다는, 이 점을 확실히 하고 대책을 찾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한윤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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