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일가와 영국 정부 사이에 부적절한 유착이 있었다는 새 의혹이 제기됐다.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이 영국 최대 위성방송인 B스카이B를 장악하기 위해 추가 지분 인수를 시도할 때 결정권을 가진 제레미 헌트 문화장관이 인수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정보를 제공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공개된 것이다. 헌트 장관은 이를 부인했지만 야당은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런던고등법원에서 제임스 머독이 참석한 가운데 언론윤리 조사위원회 청문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머독 가문이 운영하는 뉴스코퍼레이션의 영국 담당 로비 책임자 프레드릭 미첼이 헌트 장관의 보좌관인 아담 스미스 등과 주고받은 이메일이 공개됐다. 스미스는 이메일에서 “헌트 장관이 B스카이B의 인수를 지지하며 머독에 유리하게 승인과정을 조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첼은 또 2011년 1월 “헌트가 내일 의회에서 B스카이B 인수에 관해 발언할 내용을 가까스로 얻었다. 완전히 불법이지만”이란 내용이 포함된 이메일을 제임스 머독에게 보냈다.
이메일을 주고받을 당시 머독 일가는 39%의 지분을 소유한 B스카이B의 소유권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지분 61% 추가 매입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여론독과점을 우려한 반대 여론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머독 일가는 지난해 소유 언론사들이 잇따라 도청과 해킹 스캔들에 연루되자 인수를 포기했다.
에드 밀리반드 노동당 당수는 “영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이 사실은 머독의 편에 섰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헌트 장관의 사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헌트 장관은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처리했다”며 내달로 예정된 자신의 청문회 출석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메일 제출은 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머독 측이 비판의 초점을 영국 정부로 돌리기 위해 전략을 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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