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연이어 개최하고 김정은을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추대하는 공식승계 절차를 마무리했다. 김정은이 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됨으로써 한반도 절반의 새로운 상속인으로 공인됐다.
20대 후반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젊은 지도자가 후견세력의 도움을 받으며 '초보운전'을 시작했다. 갓 출범한 김정은 체제가 어떤 길을 갈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우선 권력이 공고화 될 때까지는 선대 수령들이 만들어 놓은 편한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대 수령들이 만들어 놓은 유일체제는 권력을 유지하는 데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김정은 체제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발휘해야 한다. 김정일 시대처럼 항일무장투쟁의 혁명전통을 강조하면서 과거 지향적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혁명가계라는 것만으로는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김정은 체제가 효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3대 세습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김정은이 첫 공개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밝힌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 시대 '고난의 행군'에 대한 자기비판의 목소리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기비판이 전제돼야 교정 메커니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버지를 간접 비판하고 경제문제 해결의지를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김정은이 어려운 경제현실을 시인하고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에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하면 그것은 곧 사회주의 강성국가"라고 밝힌 것은 경제난 해결에 주력할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유학경험이 있는 김정은이 북한의 다른 어떤 지도자보다 개혁적인 인물로 볼 수 있다. 정책전환을 위해서는 권력의 공고화와 함께 대외관계를 풀어야 한다. 최근에 공개된 김정일의 '10·8유훈'도 "국제제재를 풀어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적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내부자원이 고갈된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대외관계를 풀어야 한다.
'광명성 3호 실용위성' 발사 강행으로 김정은 체제는 출범과 함께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자초했다. 로켓발사 실패로 김정은의 리더십은 크게 손상됐고 김정은 체제가 풀어야 할 숙제만 늘려 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초보운전을 시작한 김정은 체제에 훈수를 뒀다. 로켓발사 비용으로 인민을 먹여 살려야 한다, 농지개혁을 하면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가 통중봉북(通中封北)하고 있으니 통미봉남(通美封南)은 꿈도 꾸지 말라는 등을 주문했다. 북이 발끈하고 나섰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는 23일 "역적패당의 분별없는 도전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우리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고 밝혔다.
북한에게 '기회의 창'이 열려있다고 하면서 '좋은 선택'을 기다린다고 했던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로켓발사를 계기로 다시 강경모드로 돌아섰다. 초보운전에 불안을 느낀 김정은 체제도 당분간 새로운 길을 가기보다는 기존의 안전한 길을 답습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김정은 체제는 남북간 '적대적 의존관계'를 활용해 대남위기조성의 수위를 높이면서 대내결속에 주력하고 있다. 남측의 이명박 정부는 '김정은 길들이기' 차원의 훈수와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남과 북의 강경입장이 맞서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김정은 체제가 개혁·개방의 새로운 길로 나올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선택은 김정은 체제의 몫이다. 김정은 체제도 피해가야 할 길은 잘 알지만 새롭게 가야할 길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불안한 것은 초보운전자가 정상이 아닌 길을 선택하거나 과속해서 우리와 충돌하는 것이다. 때론 방어운전도 필요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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