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최대 현안은 민영화다. 법에 따라 2014년 5월 31일부터는 정부 보유 주식 가운데 단 1주라도 팔아 민영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은은 올해 초 기업공개(IPO) 방안을 내놓고 3월에는 주관사도 선정했다. 연말까지 정부지분의 최대 30%까지 시장에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IPO가 곧 산은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다 해도 정부지분은 여전히 70%이상 유지된다.
이와 관련 강만수(사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4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의 기업공개(IPO)와 민영화는 별개”라며 “IPO로 민영화 첫걸음은 내디뎠지만 정부 지분 50% 이상을 내놓는 민영화는 다음 정부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지분 매각 비율, 산업은행법 폐지 및 은행법 적용시기 등 산은 민영화의 열쇠는 차기 정부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산업은행을 세계적인 대형 투자은행으로 키우기 위한 차원에서 산은을 정부 은행으로 계속 둘 것이냐를 (차기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산은의 민영화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강 회장은 또 IPO의 성공을 낙관하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민주 형태의 주식 매각 방식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민영화 최종 결정권은 차기 정부에 넘겼지만, 강 회장은 민영화 실현에 필요한 걸림돌을 하나하나 제거해 왔다. 연초 산은금융그룹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얻어 냈고, 수신기반도 대폭 확대했다. HSBC 서울지점 11곳 인수가 확정적이며, 2월 대치지점 개소에 이어 26일에는 이수지점도 문을 여는 등 점포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무점포 은행인 KDB다이렉트뱅킹이 23일 현재 수신액 9,100억원을 달성,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이렉트뱅킹의 인기비결은 연 4.5%에 달하는 높은 예금금리 때문이라며 강 회장은 “금융기관 최고의 서비스는 무엇보다 높은 예금이자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강 회장이 최근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일자리 창출이다. 은행의 사회공헌도 여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턱대고 돈만 내는 것은 아마추어식 사회공헌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 정부 들어 내수 산업에 소홀한 것은 잘못”이라며 “엔젤펀드(AngelFund)처럼 청년창업 지원, 실패자 재기 등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18일 산은이 다이렉트뱅킹 예수금 전액을 내놓아 내수산업발전, 벤처창업과 소기업 분야 지원, 영세상공인 등에 매년 2조원을 투자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대목이다. 강 회장은 “이들이 투자금을 갚는다면 다행이고 실패해서 못 갚더라도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재매각을 추진하는 우리금융지주 인수 재추진 여부에 대해 강 회장은 “내 개인적인 관심 유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산은의 대주주인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작년 인수를 추진했다가 여론과 정치권이 비난으로 접었던 것을 의식한 듯 “작년에도 내가 결정한 사항이 아닌데 언론에서 그렇게 썼다”며 “이번에도 정부가 결정하면 내가 행동에 나서겠지만, 그 문제는 차라리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을 돌렸다. 여건이 우호적으로 변한다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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