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의 물결이 전 세계에 밀어닥치고 있다. 계속된 찬반논란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수출확대를 위해 경제동맹을 속속 맺고 있다. 인류 역사 이래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자유무역흐름이 가장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외견상 확대되는 자유무역에도 불구, 다른 한쪽에선 보호무역과 무역규제의 움직임 역시 꿈틀거리고 있다. 'FTA=수출증진'이란 공식만 믿었다가는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현 세계무역상황을 점검해본다. / 편집자주
"2차 대전 이후 세계무역 질서는 자유무역을 향한 끊임 없는 도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지난 40년간의 성과보다 최근 10년여 간 이뤄진 국가간 무역교류 발효건수가 무려 2배를 넘었어요. 좋든 싫든 자유무역은 시대의 흐름입니다."
지식경제부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자유무역의 마지막 단계는 경제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 그 첫발은 국가별, 혹은 지역 내에서 각종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것이다. 이른바 지역무역협정(RTA)이다. RTA는 자유무역협정(FTA)를 포함해 서비스협정, 관세동맹, 개도국간 협정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러나 지난 40여년간 자유무역을 향한 국가간 협상은 아기걸음마 수준이었다. 1958년부터 2000년까지 RTA 체결은총 95건. 매년 2건 정도 체결된 셈이다. 하지만 2001년 이후 10년간 무려 234건의 RTA가 체결됐다. 1년에 20개 이상씩 협정이 체결되고 있는 것이다.
RTA 중에서도 핵심은 역시 당사국 간에 상품무역 자유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FTA다. 전체 무역협정 체결건수 가운데 FTA가 191건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전 세계 무역 가운데 약 50%가 FTA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무역대국들의 움직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데, 각국마다 자유무역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지난달 15일 우리나라와의 FTA가 정식 발효된 미국은 환태평양 지역 9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이른바 TPP 추진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FTA와 성격이 비슷한 TPP 전략을 통해 ▦수출시장 확보 ▦아시아에서의 중국 견제 ▦아시아태평양 경제통합 발판 마련 등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최대 무역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 만큼 무역마찰 또한 늘어나게 되면서 새로운 통상전략의 일환으로 FTA를 확산해 가는 모습. 초기에는 홍콩, 마카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중화권 및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FTA를 추진했지만 최근엔 중남미 또는 유럽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대만과의 FTA 협상도 본궤도에 올랐는데, 양국간의 FTA가 체결될 경우 이른바 '차이완'으로 불리는 양안(兩岸) 협력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일본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45개국, 중국이 17개국과 FTA를 맺은 데 비해 일본은 14개국에 그치고 있다. "미적거리다가 한국 중국에 시장을 다 빼앗긴다"는 자성론이 고개를 들면서 뒤늦게 미국 EU 등과 FTA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구조개혁, 농업개혁 등에 대한 일본 내부의 반발, 지진 복구 등 변수가 많아 실제 협상개시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10개국으로 구성된 ASEAN은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과 FTA가 발효된 상황이지만 최근엔 개별국 차원의 FTA 논의도 활발하다.
자유무역에는 혜택을 보는 쪽도 있지만 반드시 피해를 입는 쪽도 나오기 마련. 외국산 농산물공세에 반발하는 농민,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노동자 등의 저항이 특히 거세다. 우리나라도 그랬고, 미국도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 쟁점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이 시대흐름으로 자리잡은 이상, 그 속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수출확대를 통한 유리한 무역환경조성과 경제협력도모 움직임은 더 확대될 전망"이라며 "FTA를 가장 많이 맺는 나라가 무역경쟁에서 승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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