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8개 구단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다. 특히 호투 중이던 선발 투수를 빼는 시점은 모든 감독들이 하기 힘든 결정이다.
일반적으로 각 팀 사령탑들이 투수를 바꾸는 시점은 한계 투구수로 판단한다.
그 투수가 한 시즌 동안 부상 없이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한계점을 정해 놓고 그 선을 넘으면 교체한다. 하지만 선발 투수를 바꾼 결과가 나쁘면 일찍 내려도, 늦게 내려도 비난을 받는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지난 18일 청주 LG전에서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박찬호(39)를 7회에도 올렸다가 85구째에 정성훈에게 투런 홈런을 맞고 역전패를 당하자 투수 교체가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감독은 지난 24일 광주 KIA전에선 5-2로 앞선 5회 무사 1ㆍ2루에서 승리 투수 요건을 눈 앞에 둔 박찬호를 송신영으로 전격 교체했다. 박찬호의 투구수는 96개였다.
'끝판왕' 오승환(30ㆍ삼성)은 지난 24일 대구 롯데전에서 2-0이던 9회 마운드에 올라 4안타(1홈런) 2볼넷으로 개인 역대 최다인 6점을 내줬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오승환의 투구수가 32개에 이르자 2-4로 뒤집힌 2사 2ㆍ3루에서 안지만을 투입했다.
각 구단 감독들이 생각하고 있는 한계 투구수는 박찬호가 80개, 국내 최고의 투수인 류현진(25ㆍ한화)과 윤석민(26ㆍKIA)은 100개, 오승환은 20개 정도다.
볼이 뜨기 시작하면
한계 투구수를 결정하는 방법은 스피드와 제구력이다. 갑자기 스피드가 떨어지거나, 제구가 흔들린다면 다음 투수를 투입할 시점으로 판단한다. 특히 볼이 뜨기 시작한다면 감독들의 머리는 복잡해진다.
투수들은 공을 던질 때 혼신의 힘을 다한다. 체인지업과 커브 등을 던질 때는 전력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순간적으로 들어가는 힘은 빠른 공과 큰 차이가 없다. 볼이 높아진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비를 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등판에 영향을 주면
각 구단은 선발 투수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투수가 등판할 때마다 투구수와 스피드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 한계 투구수를 결정하는 자료로 사용한다.
한계 투구수를 정하는데 있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다음 등판의 투구 내용이다.
예를 들어 선발로 나가 100개를 완벽하게 던진 투수가 4일 쉬고 5일째 등판한 경기에서 구위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115개를 소화한 뒤 다음 로테이션에서는 기대 이하의 투구를 했다면 이 투수의 한계 투구수는 100개로 잡아야 한다.
윤석환 SBS ESPN 해설위원은 "한계 투구수를 정할 때는 투수의 회복 속도까지 계산해야 한다"면서 "볼이 뜨지 않고 구위가 좋다고 해서 한계 투구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점을 소홀히 할 경우 투수들이 부상 위험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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