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블록버스터다. 창의성이 넘치고 유머가 가득하다. 블록버스터는 물량에만 치중하기 마련이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날린다.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는 익숙함과 변칙의 조화가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하는 블록버스터 수작이다.
하나 같이 액션 영웅인 주요 등장인물만 따져보면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하늘을 날며 맹활약하고, 외계인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천하무적 망치를 휘두르고, 통제할 수 없는 인간 괴물 헐크(마크 러팔로)가 포효한다. 영화는 '아이언맨3' 같기도 하고, '토르' 속편인 듯하기도 하며 '헐크3'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퍼스트 어벤저'의 영웅 캡틴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과 블랙 위도우(스칼렛 조핸슨), 호크아이(제레미 레너)가 힘을 보탠다. 보석 같은 여러 캐릭터들이 여기저기서 반짝이기에 어디에 눈길을 줄지 정신이 없을 만도 하다. 하지만 '어벤져스'는 보석들을 매우 보기 좋게 잘 꿰어낸다.
이야기는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전형적이다. '토르: 천둥의 신'에서 이복 형 토르에게 왕좌를 뺏긴 로키(톰 히들스턴)가 우주의 어두운 세력과 손을 합쳐 지구를 정복하려 한다. '어벤져스'(영웅들의 팀 명이기도 하다)라는 극비 지구방어 작전의 지휘자인 퓨리(사무엘 잭슨)는 영웅들을 규합해 로키의 야욕을 막으려 한다.
영화는 서로 잘난 척하는 영웅들의 신경전을 통해 각 인물들의 특성을 친절히 소개한다. 혼란스럽고 헐거울 수 있는 인물 관계는 아이언맨인 스타크의 냉소적인 유머 등으로 깔끔하게 정리되며 밀도까지 갖추게 된다. 언제 변할지 모르는 좌충우돌 헐크의 존재도 웃음을 안긴다. 영웅들의 지휘자인 퓨리가 지닌 꿍꿍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도 쏠쏠한 즐거움을 준다.
영화는 잔재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블록버스터답게 화려한 눈요깃거리가 많다. 하늘을 나는 항공모함이 격추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적잖은 서스펜스도 제공한다. 외계인들에 의해 아수라장이 되는 뉴욕 맨해튼의 모습도 빠질 수 없는 볼거리다.
만화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등으로 유명한 마블코믹스의 동명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왜 수퍼맨이나 배트맨 등은 빠졌냐고? 그들 '소속사'는 마블코믹스의 라이벌인 DC코믹스다. '토이스토리'와 '에이리언4'의 시나리오를 쓴 조스 웨던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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