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을 받은 학생들도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 고마움을 잊지 않고 다시 후배들을 위해 환원하면 좋겠어요."
동국대 국어교육과 72학번으로 교사 출신인 박임순(60)씨가 25일 퇴직 연금을 모은 3,000만원을 모교 후배들에게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6남매 중 다섯째인 박씨는 한때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당시 등록금이 13만7,000원이었는데, 부모님이 자식 모두에게 등록금을 대주기엔 형편이 여유롭지 않았어요."
교사의 꿈 마저 접을 생각을 했던 그에게 학교 장학금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4년간 대학 다닐 때 7번이나 성적 장학금을 받았어요. 학점이 좋았기 때문이지요. 교사의 꿈을 끝까지 키울 수 있었습니다." 박씨의 기억 속에 당시 받은 장학금은 행운이자 복으로 여겨졌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치른 교사임용 순위고사에서 서울지역 수석을 차지했었다. 공립학교로 갈 수 있었지만 모교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긴 탓에 동국대 부설 학교로 진로를 바꿨다. 모교에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동국대 재단인 명성여중과 동국대 사대 부속고에서 25년간 국어교사로 일했다.
2000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박씨는 후배 교사에 자리를 내 주기 위해 미련없이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당시에 받은 퇴직금을 모교에 기부하려고 했는데 여유가 없었어요. 퇴직 후 매달 30만원씩 연금 신탁을 들어놓았는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학교를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게 됐습니다."
김희옥 동국대 총장은 "박 동문의 넓은 사랑과 관심은 후배에게 큰 격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는 박씨가 낸 돈으로 장학기금을 조성, 국어교육과 학생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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