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에 동반성장 의지가 정말 있기나 한 건가"
신임 동반성장위원장에 유장희(사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선임됐다는 소식에 중소기업계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동반성장에 관한 한 전임 정운찬 위원장의 목소리가 워낙 컸던 탓에 누가 와도 '그늘'이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이 분야에 대한 소신이나 철학을 전혀 알 수 없는 유 위원장이 선임되자 실망감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4일 "경제단체들와 지식경제부가 추대하는 방식으로 유장희 명예교수를 2대 위원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이화여대 부총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중소기업중앙회 자문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 재산으로 장학사업을 하는 청계재단 이사를 맡고 있을 만큼 현 정부와는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관변과 학계, 기업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원로 경제학자인 것은 맞지만 동반성장이나 상생 이슈에 대해선 어떤 생각,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는지 전혀 알려진 게 없다. 그러다 보니 동반성장위 내부에서조차 "어떤 분인지 파악하기 위해 부랴부랴 저서를 구입했다"고 말할 정도다.
중소기업계에선 유 위원장의 선임으로 '더 이상 동반성장위에 기대할 게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전임 정운찬 위원장의 경우 정부와 대기업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까지 동반성장정책을 이끌었고, 그런 덕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동반성장지수 산정 ▦협력이익배분제 등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다. 물론 동반성장위가 중소기업입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대기업의 몫을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중소기업의 시각을 좀 더 대변해야 하는데 유 위원장의 이력으로 볼 때 그걸 바라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동반성장에 평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름이라도 들어봤을 텐데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며 "서비스 유통분야의 적합업종 선정 등 앞으로 동반성장위 역할이 매우 중요한 데 과연 될 지 모르겠다"고 비관적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지 않아도 정권 말이라 동반성장 정책의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유 위원장의 선임으로 '개점휴업'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동반성장위의 한 실무위원은 "실제로 회의를 하면 대기업들의 저항은 매우 치밀하고 교묘하다"며 "공직경험이 없는 교수출신이라 쉽게 휘둘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유 위원장은 향후 동반성장위의 운영방향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갈등과 마찰 이미지만 강하게 부각되는 것 같다. 이 곳을 싸움터로 부각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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