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 시장에 불이 붙었다.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중고 스마트폰들이 이젠 날개 단 듯 팔리고 있다.
24일 SK텔레콤에 따르면 2011년7월 중고폰 매매 전용 인터넷 사이트 'T에코폰'를 첫 개설한 이후 한달에 150대에 불과했던 중고폰 거래물량은 지난 달엔 4만대까지 급증했다. 1년반 만에 250배나 늘어난 것이다.
용산전자상가 등 휴대폰 대량거래매장에서도 중고폰 거래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중고폰이 대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스마트폰 단말기는 대부분 80만~90만원대 후반의 고가다. 보조금을 받고 약정을 걸면 훨씬 싸게 살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제약조건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중고폰 시장에 가면 5분의1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 SK텔레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애플의 아이폰 3Gs(16기가바이트) 제품으로, 출시(2009년11월) 당시 81만4,000원에 나왔던 가격은 현재 17만원까지 떨어졌다. 또 삼성전자 갤럭시S는 17만원(2010년6월 출시 가격 94만9,000원)에, 갤럭시S2는 34만원(2011년4월 출시 가격 84만7,0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93만8,000원에 출시(2010년7월)됐던 팬택 베가는 10만원에 팔리고 있다.
중고폰은 무엇보다 약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다. 국내이용자들은 대부분 이동통신사에서 정한 단말기 분할 납부 약정기간(평균 2년) 계약 조건으로 고가의 스마트폰 구입을 하는데, 만약 단말기를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약정기간 만료까지는 분실 단말기에 대한 할부금을 내야 하고 계약을 해지 할 경우엔,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중고폰은 특별하게 약정기간 없이 구매할 수 있는데다 가격도 싸고 쓰던 번호까지 그대로 쓸 수 있어서 휴대폰 분실자들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꼭 분실이 아니어도 쓰던 휴대폰이 고장 나거나 싫증이 나서 바꾸고 싶을 때 중고매장을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직접 중고폰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도 신뢰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그 동안 중고폰 거래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용산전자상가 등 대형 전자상가에서 주로 이뤄졌지만 품질불신으로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혹시 불량폰은 아닌지' '대포폰은 아닐까'하는 불안감 때문에 싼 가격조차 매력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이 중고폰을 직접 매입하고 상태를 점검, 다시 재판매에 나서면서 안전과 신뢰 문제는 사라졌다. SK텔레콤은 40명의 중고폰 전문 감정사까지 두고 있으며 지난 달부터 오프라인 매장까지 중고폰 유통 채널을 확대했다. KT도 지난달부터 온ㆍ오프라인에서 중고폰 유통 코너를 마련했다.
다음 달 1일부터 도난 등 사용금지목록에 등록된 휴대폰만 아니면 어느 곳에서 구입하든 휴대폰 사용이 가능한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될 경우, 중고폰 시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으로 현재 이통사로 국한된 단말기 구입 장소는 크게 확대될 돼 중고폰 유통 거래도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쓰레기로 버려지던 휴대폰이 재활용된다는 측면에서 자원절약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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