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논란이 민자사업 문제로 번지고 있다. 최초의 민자 도시철도인 서울메트로9호선이 6월16일부터 지하철 요금을 최대 500원 올리겠다고 최근 전격 발표한 게 발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적자 규모가 1,829억 원에 이르는 등 재정난이 심각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수입을 보전해줬는데도 적자를 이유로 요금을 일방적으로 올리는 것은 안 되며, 전임 시장 시절 민간사업자인 메트로9호선쪽과 맺은 사업실시협약도 잘못됐다"며 제동을 걸면서 양쪽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요금을 내리지 않으면 9호선 사장 해임과 사업면허를 취소하겠다며 메트로9호선 쪽을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마찰이 궁극적으론 민자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측면이 큰 만큼 지하철 등 SOC(사회간접자본시설)의 민자 유치 타당성 여부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지하철이 갖는 공공재적 성격을 논외로 한 채 무조건 효율과 경쟁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보였다. 민자로 지하철을 건설하고 운영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반면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지하철 운영 독점 폐해를 막으려면 부분적으로라도 민간에 넘겨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 찬성-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
"SOC건설·운영은 민간이 보다 효율적…일부 특혜논란은 책임규명 등 명확히"
서울시와 서울메트로9호선이 9호선 요금 인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논란의 불똥은 민자사업의 타당성 여부로까지 튀고 있다. 지하철 운영권을 민간에 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하철을 공공이 건설하고 운영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 오히려 지하철 등 SOC 건설과 운영을 공공보다는 민간이 맡아 할 경우 더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공공에 비해 민간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민간기업보다도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시장경제 시스템 하에서 민간은 원칙적으로 모든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고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는 매우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윤 획득의 기회가 보이지 않아 민간에 의해 제공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할 수 있다. 공공재도 그런 것들이며 이것은 민간과 시장에 의해서는 제공되지 않으므로 대부분 자연스럽게 공공에 의해 제공된다.
그런데 지하철은 공공재도 아니며 따라서 굳이 공공이 나서서 건설하고 운영할 이유가 없고, 민간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지하철 시장'에서 이윤을 기대를 하고 있는 민간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것이며, 시장 메커니즘과 가격기능을 통해 공공보다 더 효율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하철 9호선의 운영을 민간사업자에게 맡긴 것은 바람직하고 자연스런 방향이다. 민자사업은 국가와 지방의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지하철과 같은 중요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기여하는 방안이다. 또한 이를 통해 절약된 재정은 아동복지 등 보다 중요하고 긴급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쓰이게 된다. 민자사업의 혜택을 시민들은 알게 모르게 받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작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 인가이다. 요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묶으면 적자가 불가피하고, 이는 국민들의 세금부담으로 충당해야 한다. 반면 적자가 해소되도록 요금을 올리면 그 부담은 지하철 9호선 이용자들이 지게 된다. 요금인상은 안 된다고 하지만, 이로부터 발생하는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것 외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 결국 부담을 일반국민들이 지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지하철 9호선 이용자들이 지도록 할 것인가의 선택의 문제이다.
요금인상에 반대하는 서울시나 정치인들은 결과적으로 일반국민들이 세금을 부담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 국민들의 세금부담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불만이 거의 표출되지 않지만, 요금인상은 지하철 이용자들로 하여금 부담을 피부로 느끼고 이에 따라 불만도 가시화하기 때문이다. '시민의 발' 운운하지만 서울시나 정치인들은 사실은 단지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이 덜 되는 쪽을 선택한 것뿐이다.
정치논리가 아닌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해법은 분명하다.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지도 않는 일반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 즉 민간사업자에게 요금 책정의 자율을 주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다.
물론 요금이 150원 오른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또 다시 500원을 인상한다고 하니 지하철 9호선 이용자들로서는 황당할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 이제까지 지하철 9호선 이용자들이 값싸게 이용했던 것은 사실은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보조금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요금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결국 계속해서 보조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다. 자신이 받는 혜택만큼 지불하는 것이 정정당당한 민주시민의 자세다.
특혜를 주었다거나 협약이 잘못되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마땅히 책임규명을 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자사업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오도해서는 안 된다. 한 외국인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해서 모든 외국인을 싸잡아 비난하고 배척해서야 되겠는가.
■ 반대-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민간합작 취지잃고 특정자본에 특혜… 운영비 차액보전으로 세금 축내기도"
민간투자사업(PFI)은 공공부분에 국가 대신 사적 자본의 직접투자를 수용하는 것으로, 1992년 영국의 보수당 정권에 의해 시작됐다. 이 방식은 건설부터 서비스 제공 및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 민간이 실권을 가지는 반면 소유권만 국가로 이전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신자유주의자들은 민간투자사업을 민영화와 구분시켜왔다. 영국철도는 8년 만에 매우 비싼 민영화의 비용을 치른 이후 재공공화 되었다. 민영화의 실패 이후에도 공공부분에 대한 민간투자사업과 같은 다른 이름의 사적 자본의 개입이 지속되었고, 이것은 공공서비스를 통해 사적 자본의 이윤창출을 보장하는 제도로서 기능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지하철 9호선의 사례는 대표적인 민간투자사업의 폐단을 보여준다. 지하철 9호선은 수익형 BTO(Build-Transfer-Operate)방식의 민자도시철도이다. BTO란 최종사용자에게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도로 등의 사회기반시설을 민간이 건설한 뒤(Build), 소유권은 중앙정부나 지자체로 이전하고(Transfer), 일정기간 동안 사적 자본은 시설관리운영을(Operate)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BTO에서는 건설비용부담의 주체는 민간이 되어야 하고, 민간은 운영수입을 통해 투자비용을 보전 받는다. 그런데 서울메트로 9호선 주식회사는 운영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 요소를 합법적으로 서울시에 전가해 왔다. 이것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제도로 가능했다.
MRG는 실제 운영수입이 애초 예상한 추정운영수입의 일정한도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만큼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과 같은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예측수요를 높게 부풀렸고, 그 결과 운영비가 과다 추정되어 결국 정부는 차액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 MRG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을 확충하기 위한 정부의 재원조달 방안이었다. 정부는 사적 자본의 적극적인 유입을 위해 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민간에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정부는 당장의 비용절감이라는 효과를 얻었지만, 장기적으로 건설비 수준의 보전금 지불이 불가피하게 됐다.
2011년도 감사원 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2001년부터 2009년 사이 최소운영수입보장으로 2조1,000억 원을 지급했다. 2009년 MRG 폐지 이전까지 보전금을 적용 받는 사업은 전체 민자사업의 60%에 해당하는 70개에 이른다. 추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40년까지 18조8,000억 원 이상이 추가 지급되어야 한다. 결국 MRG 사업을 통해 '바람직한'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Public-Private-Partnership)이란 것이, 사적 자본의 안전한 수익창출구조를 공공부분을 개방해서 국가가 창출해 주고, 그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시민들의 조세와 각종 이용료로 보존해 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일반 시장의 원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정 자본에 대한 특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경우 건설비용에서도 민간 투자비용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지하철 9호선의 경우 공사비 3조4,560억 원 중 민간자본이 투입한 비용은 5,631억 원으로 전체의 6분의1 수준이다. 건설비용마저 공공재정에서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면, 근본적으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메리트는 모두 사라진다. 사적 자본의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보장이 불투명한 시장보다 국가를 통해 보증되는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구조가 마련된 공공부분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매력적이다. 반면 시민의 입장에선 이러한 사업이 증가할수록 각종 이용료 및 조세 인상은 불가피하게 될 것이고, 복지로 확대되어야 할 세출구조가 사적 자본의 이자와 배당금으로 지출될 SOC에 대한 재정 부담으로 사회권 축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공부분에 대한 민자투자의 실체적 관점에서 수서발 KTX 경쟁체제도입은 또 다른 형태의 사적 자본에 대한 혜택일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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