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개발 인허가 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파이시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 일주일 만인 25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소환한다.
검찰이 신속하게 최 전 위원장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볼 때 수사의 1차 관문은 이미 넘어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시티 이정배 전 대표와 브로커 이동율씨로부터 구체적인 청탁 명목에 대한 진술과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최 전 위원장이 받은 전체 금품의 규모를 밝혀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검찰은 브로커 이씨가 2007~2008년에 이 전 대표로부터 10억여원의 돈을 받았고, 그 중 상당액이 최 전 위원장에게 건네진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까지의 자금 추적 결과 명확하게 입증된 부분에 불과하고, 추가 수사를 통해 로비금품 규모가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표가 "61억여원을 로비 자금으로 이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 소환 조사에서 이 부분을 강도높게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주목되는 것은 최 전 위원장 외의 2단계 수사 방향이다. 우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수사가 주목된다. 검찰은 이 전 대표로부터 "최 전 위원장을 처음 만난 자리에 박 전 차관이 동석했으며, 박 전 차관에게도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박 전 차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파이시티 인허가를 담당했던 서울시 공무원들의 비리가 불거질 수 있다.
가장 큰 관심거리는 대선자금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여부. 수사팀은 이미 최 전 위원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법률 검토를 마친 상태다. 당초 "이번 수사는 개발사업 인허가 로비 수사"라고 선을 그었던 검찰이 24일 "다른 부분이 드러난다면 당연히 살펴볼 것"이라고 천명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대선자금으로 수사가 확대된다면 이번 사건은 정권 말기의 '게이트급' 파문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