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분야별로 1급 연주자인데다 연습 시간이 충분하니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죠."
2009년에 이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두 번째로 출연, 폐막 연주회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현악 6중주곡 '플로렌스의 추억'을 들려줄 첼로 주자 이정란씨는 대선배들과 나눌 교감의 시간에 벌써 설렌다. 첫 참가해 6작품을 들려줄 서울스트링콰르텟 바이올린 주자 신아라씨는 "지난해 12월 데뷔 연주를 치렀는데 대가들이 많이 오는 자리에 초청돼 영광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신구의 벽을 허물어, 실내악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올해로 7회를 맞았다. 2006년 첫 행사 이후 매년 '동서양의 만남' '민속 음악' '베토벤과 희망' 등 일반인이 쉬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잡아, 실내악이 소통의 도구로 거듭나게 하는 자리다.
30일~5월 13일까지 14일간 열리는 올해 행사의 주제 '신비의 소리'는 인간의 목소리와 흡사한 음을 구현하는 바이올린에 바치는 헌사. 바이올린이란 악기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깊이 빠져들 기회다.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등 5개 홀과 야외 공연장(덕수궁) 등 6개 장소를 돌며 시민과 교감을 나눈다.
개막 이튿날인 5월 1일 러시아 바이올린 주자 막심 벤게로프의 공연은 축제 도입부의 꽃이다. 1996년 첫 내한해 인상적인 연주를 펼쳤지만 이후 어깨가 나빠져 2010, 2011년에는 지휘자로만 국내 팬과 얼굴을 마주했던 그가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30일 LG아트센터의 개막 공연 '여왕'에서는 강동석, 벤게로프, 야나 부스코바 등 중견 주자 11명으로 구성된 앙상블이 프로코피예프의 '히브리 주제에 의한 서곡' 등 5곡을 선사해 축제의 흥을 돋운다.
이번 행사에서 처음 선보이는 '마티네 콘서트' 덕에 5월 3, 9일 용산아트홀 소극장 가람의 오전 11시는 특별한 시간이다. 프랑스 음악가들이 나와 연주는 물론 마임과 대사까지 해내며 만드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에서 음악의 힘으로 생존한 두 음악인을 그린 '블록 15', 리스트의 후예라고 칭송 받던 헝가리 피아니스트 지프라의 생을 그린 '손가락 50개의 피아니스트' 등 독특한 형식으로 객석을 흡인한다.
이 밖에도 대중음악의 배틀(battle)을 클래식으로 옮겨놓은 '대결'(3일), 클래식 대중화를 견인한 무료 연주회인 덕수궁 '고궁 음악회'(6일), 베토벤 브루흐 브람스에서 딴 B와 비올라에서 딴 V를 합쳐 비올라를 전면에 내세운 'B&V'(12일) 등 아이디어가 빛나는 무대들이 기다린다. (02)720-3933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