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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이면 한창 때죠" 베테랑 정비공, 초보 선생님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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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이면 한창 때죠" 베테랑 정비공, 초보 선생님 되다

입력
2012.04.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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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정비공 이응석(52)씨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아직 낯설다. 35년 동안 자동차 정비 외에는 해본 일이 없는 그였다. 게다가 '가방 끈'도 짧았다. 1976년 경기 성남시의 한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뒤늦게 고교 졸업 검정고시를 패스한 것은 2004년이었다.

그런 그가 요즘에는 서울 응암동의 신진자동차고등학교로 매일 출근한다. 이번 달부터 이 학교의 정식 교사가 됐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지난 해 여름 직장을 그만 둔 뒤 몇 달 간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다. 그는 "아직은 한창 일할 때라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힘이 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정비공으로는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였다. 결국 현장 정비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졸지에 퇴직자가 된 셈이었다.

그는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등을 오가며 제 2의 인생을 설계했다. 그러다 지난 2월 산업체의 우수강사를 뽑는다는 한 모집공고를 접했다. 서울에서 50명을 뽑는데 794명이 지원했다. 그는 1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수강사로 선발됐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다. 정비 관련 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가르치는 건 초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내 강의에 귀를 쫑긋 세우는 학생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며 "학생들을 유능한 기술인으로 키우는데 경험과 지식을 보탠다고 생각하니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인력지원단이 퇴직자들에게 재취업 기회를 주고자 마련됐다.작년 9월 시작했는데, 6개월 만에 715명을 재취업시켰다. 이 가운데 이 씨처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등에서 교편을 잡게 된 인원이 672명에 달한다. 나머지는 중소기업들에서 다시 일자리를 얻었다. 자격 요건은 실무 경험이 10년 이상이거나 해당분야 자격증을 5년 이상 보유한 사람이다. 이들은 평균 23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선발된 이들은 대부분 40대 후반부터 50대 중 후반. 박수용 대한상의 기업인력지원단 산업인력팀장은 "대기업을 다니다 50대 초반 임원승진을 못해 퇴직한 사람이나 농공업 등 기술직 인력의 비중이 높다"고 전했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방식으로 올해 7,000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종합 취업포탈 사이트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동근 대한상의 기업인력지원단장은 "퇴직인력의 오랜 경험과 전문지식이 그냥 묻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이들의 재취업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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