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도달하지 못하는 지점, 문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지경에 있는 춤의 매력이 60년 간 저를 붙들었어요."
한국무용의 대가 김현자(65)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60년 무용 인생을 돌아보는 무대를 마련한다. 한예종은 "다음달 16,17일 오후 8시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김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 공연 '김현자의 춤 60년-마이 라이프'를 갖는다"고 23일 밝혔다. 공연에선 그의 후기작 '연화연(2006년)'과 '매화를 바라보다(2011년)'를 선보인다.
김 교수는 2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젊었을 땐 표현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사람들이 나를 알아 줬으면'하는 마음도 컸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는 그런 세속적인 욕망이 조금씩 가라앉고 비워지는 느낌"이라며 "두 작품도 나의 이런 정제된 내면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이화여대 무용과를 나온 그는 다섯 살 때부터 고 황무봉 선생에게 한국무용을 사사했다. 그는 "6·25 전쟁이 끝난 직후 경남 사천 공군비행단 무대에서 도라지 타령을 처음으로 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부산시립무용단장, 럭키창작무용단장, 부산대 무용학과 교수, 한예종 무용원장, 국립무용단 단장 등을 지낸 김 교수는 종종 파격적인 시도로 무용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창작 무용 '황금가지(1986년)'는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발레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기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는 '생춤(88년)' 이론은 동양 특유의 춤 미학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춤' 이론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퇴임 후 강단은 떠나도 춤을 떠나진 않겠다"고 했다. "춤은 평생 제 인생의 화두고 맹목적인 신앙과도 같아요. 체력은 전과 같지 않아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춤에 대한 이해는 더 깊어지지 않겠어요?"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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