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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재활 치료에 써달라" 장애인 기업가 이철재씨 10억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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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재활 치료에 써달라" 장애인 기업가 이철재씨 10억 기부

입력
2012.04.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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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 기업가가 장애 어린이의 재활 치료에 써달라며 10억 원을 기부했다.

푸르메재단은 23일 기업가 이철재(43)씨가 "장애 어린이들이 최대한 이른 시기에 제대로 된 재활 치료를 받도록 돕고 싶다"며 10억 원을 전달해 왔으며 이 기부금으로 '이철재 희망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3월까지 게임회사 넥슨의 자회사인 쿼드디멘션스의 대표로 재직하다 잠시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기업가로 가슴 아래가 마비된 장애인이다. 그는 2008년 8월부터 매달 50만원씩 기부를 해왔지만 장애인 재활시설 건립과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드는 점을 감안, 이번에 큰 돈을 내놓았다.

이씨가 기부를 결심하게 된 것은 자신이 청소년기에 사고로 장애를 입은 후 겪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한 과정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LA에서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1988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입게 됐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싶다는 열망으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뉴로 사이언스를 전공했다.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지만 박사 과정 때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오전 수업과 오후 실습을 반복하는 고된 일과를 모두 소화해냈다.

미국에 벤처 열풍이 분 1990년대 초 이씨는 게임업체를 세운 뒤 그때부터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시작했고, 2000년에 귀국한 후 쿼드디멘션스를 만들었다. 2009년 넥슨에 자회사로 합병되는 과정에 넥슨의 지분을 받았고 이번에 기부한 돈은 자신이 보유한 넥슨의 지분 일부를 처분해 마련한 것이다.

이씨는 특별히 장애어린이 재활 치료에 막대한 돈을 내놓게 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어릴 때 장애를 제때 재활ㆍ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남에게 의지하게 되지만 일찍 재활을 받으면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나는 성공했지만 대다수 한국 장애인들은 성공할 기회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아 책임감을 느낀다"며 "장애 어린이들이 일찍 재활 치료를 받아 자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가 돈만 기부하는 게 아니다. 푸르메재단이 7월 종로구 신교동에 개관하는 장애인재활치료시설인 세종마을 푸르메센터에 걸도록 미국 화가 피터 오페임의 그림 'Untitle(무제)'을 사 놓기도 했다. 그가 장애인 재활치료시설에 얼마나 많은 애착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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