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지난해 12월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잇따른 부정선거 의혹과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둔 정파 갈등, 종북주의 논란 등 여러 악재가 얽히고 설켜 있다. 원내 3당으로 올라서자마자 분당(分黨)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진보정당의 생명이랄 수 있는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후보결정 과정의 여론조사 조작 시도로 이정희 공동대표가 총선 후보직을 사퇴한 데 이어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부정이 자행됐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공동대표단은 23일에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당내에선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됐다"는 한숨이 나온다.
정파 갈등도 심상치 않다. 부정선거 문제를 공박하고 이를 반박하는 모습이 마치 비(非)당권파인 국민참여당 계열과 당권파인 자주파(NL) 사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치고 있다. 게다가 6월 3일 예정된 지도부 교체 시기와 맞물려 이 같은 내홍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부정선거와 관련한 공방 과정에서 과거 직책이나 출신 정파를 거론하는 편가르기가 만연하고 있다.
한 참여당 출신 인사는 "이번 기회에 자주파의 패권주의적 작태를 뿌리뽑아야 한다"면서 "이제는 정말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부정 문제가 불거진 것을 계기로 자주파의 당권 재장악을 막아내겠다는 뜻이다. 반면 한 고위당직자는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묻고 대책을 세워야지 당을 혼란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는 종북주의 논쟁의 재점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자주파의 대북관을 둘러싼 논쟁만큼 민감하면서도 정파간 입장 차이가 뚜렷한 현안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발표된 공식 논평을 두고 내홍 조짐이 일었던 터라 이 문제는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종북주의 논쟁이 표면화할 경우 지금은 한 발 물러나 있는 평등파(PD)도 입장을 내놓으며 가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후폭풍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23일'진보당'으로 당명을 개정하기 위한 과정에 착수했다.
통합진보당 당헌ㆍ당규 개정위원회는 초안에서 '우리당은 진보당이라 한다'는 당헌상 당명 개정안을 발표했다. 당초 진보당이라는 당명은 진보신당이 중앙선관위에 등록 약칭이어서 통합진보당이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다 진보신당이 19대 총선에서 2% 당 지지율 획득에 실패해 해산하면서 가능해졌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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