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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기 공기업 사장 자리는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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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기 공기업 사장 자리는 '찬밥 신세'

입력
2012.04.2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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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연장된 예금보험공사 사장 후보자 공모가 또다시 불발됐다. 예보는 1차 마감날인 지난 12일까지 후보자 접수를 받았지만 지원자는 1명에 불과했다. 유효경쟁이 되지 않아 지난 20일까지 재공모를 실시했으나, 이날까지 추가 지원한 인물은 단 한명도 없었다. 최규연 조달청장,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최수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 유력 후보만 거론될 뿐, 어느 누구도 나서는 이가 없는 상황. 예보 관계자는 "예보 사장직이 이렇게 인기가 없을 줄은 몰랐다"고 씁쓸해 했다.

1억원이 훌쩍 넘는 연봉을 받는 공기업 사장 자리가 최근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통해 연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등 공기업 수장 자리의 매력이 예전만 못한 점도 있지만, 연말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임기를 채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유력 후보들 사이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다음달 7일 변정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사장을 시작으로 상반기 3곳, 하반기 12곳 등 공기업 사장 15명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예보의 경우 현 이승우 사장의 임기가 내달 25일까지로 아직 차기를 인선할 시간적 여유는 있다. 하지만 예보를 통해 정권말 공기업 사장직 기피 현상의 실체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파문이 크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예보 사장 기피 현상이 확인되면서 향후 신용보증기금 사장 등 줄지어 대기중인 공기업 사장 인선 과정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력 후보군들이 예보 사장직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자칫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할 사장이 될 공산이 크다'는 불안감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한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특별한 하자가 없을 경우 3년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대선 후 논공행상으로 가장 바뀌기 쉬운 자리가 바로 공기업 사장"이라고 말했다. 실제 15개 공기업들은 신임 사장이 취임한 뒤 불과 2~7개월 뒤 임면권자가 바뀌게 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이로 인해 임기가 단명에 그칠 것을 우려한 후보군들이 서로 차기보다는 차차기를 노리는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 은행장에 비해 크게 낮아진 공기업 연봉도 최근 '사장 구인난'의 또 다른 원인이다. 2008년 2억4,800만원이던 예보 사장의 기본급은 현재 1억6,990여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알리오에 따르면 2010년 예보 사장이 받은 연봉은 성과급 포함 2억5,800여만원이다. 이는 수출입은행장의 연봉 4억3,000여만원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다른 공기업의 사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유력 후보자들이 기피한다고 해서 중요한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둘 수도 없어 정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한국전력기술 등 일부 공기업의 경우 현 사장의 연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예보의 경우는 결국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명하는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신보를 포함해 가스공사, 남동발전, 동서발전, 석유공사, 수자원공사 등의 사장들은 이미 1년씩 임기가 연장됐는데 또 연장하는 것은 무리"라며 "지원자들이 없을 경우 장기간의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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