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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들, 학교폭력 대담 끝나자 "어쩌라고… 교과부 대책 졸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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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들, 학교폭력 대담 끝나자 "어쩌라고… 교과부 대책 졸속"

입력
2012.04.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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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알맹이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왜 저렇게 의자 놓고 둘러앉아 대담하는지 모르겠다. 뾰족한 대책도 없으면서 학교만 힘들게 하는 것 아닌가."(서울 A초등학교 교장)

학교폭력 근절 및 주5일 수업제 정착을 위한 서울지역 초등학교장 연수가 실시된 23일 서울 방배동 서울교육연수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학교폭력 근절과 주5일 수업제의 우수사례로 뽑힌 2명의 초등학교장과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장 580여명이 참석했다.

장관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교장들은 "교과부의 대책 마련에 감사한다.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 공개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학교를 돌아보는 데 유익했다"며 최대한 '예우'를 갖췄다. 하지만 30여분의 대담이 끝나고 장관이 떠나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이어진 교과부 간부들의 정책 설명 시간에 학교폭력에 대한 통계 수치가 제시되자 강당 뒷편에 앉아 있던 한 교장은 "도대체 어떤 근거로 저런 통계가 나오느냐"며 혀를 찼다. 휴식 시간에 기자와 만난 교장들도 교과부의 정책에 불만을 쏟아냈다.

한 교장은"개학 준비로 정신 없던 1, 2월에 밀어붙이기식으로 졸속 조사해놓고, 이걸로 언론에선 학교별 순위를 매기더라.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불안해진 학부모들이 학교의 이야기를 믿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장은 "학교폭력이 문제된다니까 올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대책도 없이 조사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어쩌면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또 자료부터 공개할 건가. 학생을 치료할 전문기관과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자료만 공개하면 학부모들만 불안해 할 것"이라고 교과부를 성토했다.

이주호 장관은 이날 대담에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의 부실한 통계 자료를 실명으로 공개해 논란이 빚어진 것과 관련해 "오류가 있었다. 실태 조사와 자료 공개의 취지를 충분히 알리지 못한 상황에서 공개가 이뤄진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다만 "학교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원칙에 따라 실태조사 방식을 개선해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전국교직원노조 소속 교사들과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회원 10여명은 이날 행사장에서 "엉터리 정보 공개, 학교폭력 책임전가한 이주호 장관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연수에 참가한 교장들은 상담교사 확충, 학교폭력 전담교사에 대한 가산점 제도의 실효성 확보, 학교폭력 사고 발생시 사후 처리와 관련된 지원 확대 등을 건의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전문 상담교사 이야기가 끊임 없이 거론되는데 정작 학교에 배치된 상담교사는 거의 없다. 기간제로 근무하는 전문상담사 뿐이다. 이번 기회에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상담교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장은 "학교폭력 문제는 교사의 가산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좀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교과부와 단체교섭 협의를 시작하며 생활지도 담당 교사에게 특별사법경찰권(준사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과부 관계자는 "교사에게 준사법권을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실제로 실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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