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문학 창작을 전공한 마이클 블레드소(23)는 시애틀의 커피점에서 2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졸업 후 매일 서너 군데 입사지원서를 넣었지만 전공이 업무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수입이 최저임금 수준이다 보니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할 처지다. 그는 '지금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에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이다.
올해 대학 문을 나서는 졸업생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AP통신은 올해 미국 대졸자 절반 가까이가 취업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23일 보도했다. 노스이스턴 대학의 노동시장연구센터와 드렉셀 대학, 워싱턴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원 등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25세 이하 전체 대졸자 중 150만명(53.6%)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이는 2000년 41%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으로 11년 만에 최악의 수치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졸자의 절반은 눈높이를 낮춰 웨이터, 바텐더, 판매요원 등 대학 전공과 무관한 저임금 단순 업무 직종의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 교육, 보건 분야 전공자들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예술, 인문학 분야 전공자들에게 학력 수준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서부 산악지역 출신들은 60%가 취직을 못할 정도로 고용 상황이 최악이었다. 앨라배마, 켄터키, 미시시피, 테네시주 등 남동부 지역과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하와이, 오리건, 워싱턴주 등 태평양 연안 지역의 실업률도 높았다. 노스이스턴 대학의 앤드류 섬 센터장은 "학자금 대출 빚은 증가했는데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졸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규모는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일자리 양극화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까지 30개 직종 가운데 대졸 이상의 학력 수준을 요구하는 직종은 교사, 교수, 공인회계사 3개 정도이다.
보다 높은 학력을 위해 대학 캠퍼스로 돌아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5월 졸업한 뒤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켈먼 에드워즈 주니어(24)는 "생물학 학위만으로도 (취업에) 충분할 줄 알았다"며 "장래를 위해 공부를 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대학에 가라'고 하지만, 막상 졸업하면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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