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도 의정부역사에 신세계백화점이 10번째 점포를 냈습니다. 경기 북부지역 최대 규모의 쇼핑시설로, 쇼핑문화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던 이 권역 주민들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넓디넓은 쇼핑 공간에 일부 유명 브랜드들이 빠져 있어 쇼핑객들이 궁금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타임, 마인, 시스템, SJSJ 등 국내 여성의류 1위 기업인 한섬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들인데요. 여성들한테는 꽤 인기 있는 브랜드로, 이런 유명브랜드가 이런 유명백화점에 입점하지 않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셀린느, 지방시, 발렌시아, 랑방, 끌로에 등 한섬이 수입하고 있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 역시 의정부점에선 볼 수 없습니다. 결국 한섬 브랜드 전체가 통째로 빠진 것인데, 신세계측 관계자는 "한섬측과 입점 조건이 서로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빠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패션업계과 유통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조금 다릅니다. 신세계와 한섬의 입점협상이 문제가 아니라, 신세계와 한섬 모회사인 현대백화점의 신경전이라는 것이지요.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한섬을 인수했습니다.
신세계에는 해외유명 브랜드를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이란 계열사가 있습니다. 갭, 코치, 아르마니, 바나나리퍼블릭, 드리스 반 노튼 등을 수입ㆍ유통하고 있지요. 한섬과는 라이벌 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 수입 의류 브랜드 쪽에선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널 연합군이 독보적 위치를 점해왔습니다. 그런데 현대백화점과 한섬이 올해부터 계열관계로 뭉치면서 라이벌 구도는 더욱 강화된 것이지요.
신세계백화점이 한섬에 '물을 먹인 것'인지, 아니면 현대백화점이란 든든한 배경을 새로 갖게 된 한섬이 '튕긴 것'인지 내막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또 신세계인터내셔널과 한섬의 양보할 수 없는 경쟁구도가 결국 이번 의정부점 입점에서 불거졌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신세계는 신생 점포에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입점시키지 못한 점에서, 한섬 역시 경기북부지역 최대백화점에 입점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모두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건, 양자의 경쟁이 앞으로 훨씬 더 치열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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