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형마트 중 약 30%가 문을 닫은 22일. 일부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쉬는 틈을 타 할인 행사를 벌였고 이 덕에 손님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전통시장 대신 아예 휴무 전날(토요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바람에 마트가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또 일부 전통시장은 마트가 쉬는 일요일에 같이 문을 닫는 황당한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전통시장과 동네 상권을 살린다는 애초의 취지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휴무사실을 모르고 대형마트에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많았다. 이날 서울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에는 하루 종일 수백대의 차량이 되돌아갔다. 반면 주차장까지 있는 인근 송화시장에는 손님들이 조금 늘어났다. 전통시장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 소형마트가 더 효과를 봤다. 인천 산곡동에서 K마트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평소 주말보다 매출이 2~3배 뛰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의견은 갈렸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홍모씨는 "마트 휴점에 대비해 온라인으로 장을 미리 봤고 소량 야채는 고덕시장에서 샀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재동에 사는 심모씨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솔직히 불편한 건 사실이며, 대형마트가 닫는다고 해서 전통시장으로 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마트 휴무가 실시되는 지역의 전날 대형마트 매출은 평소의 20~40% 가량 급증했다. 토요일인 21일 홈플러스 월곡점의 매출은 전주 대비 46%, 강서ㆍ가양점은 40%나 급증했고, 이마트 41개점 총 매출액도 전주 토요일에 비해 21.4% 증가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휴무를 기회로 여긴 전통시장들은 휴무를 조정하거나 할인판매를 하는 등 규제를 기회로 삼으려는 모습이었다. 대구 시내 10개 재래시장은 그 동안 둘째·넷째 일요일에 쉬던 것을 대형마트 휴무일을 피해 첫째·셋째 일요일로 변경하면서, 이날 시장을 방문하는 고객에 한해 2배 이상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행사를 벌였다. 수도권에서는 총 31곳의 전통시장이 공동으로 '전통시장 큰 장날' 이벤트를 마련해 농축수산물, 공산품, 먹을거리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 판매를 진행했다. 앞서 20일에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단체인 '시장경영진흥원'이 전통시장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나 블로거 33명을 '전통시장 기자단'으로 선발하고 발대식을 가지는 등 전통시장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 이마트 천호점 인근의 천호시장은 이날 문을 닫아 소비자들이 가까이 있는 현대백화점 식품관으로 몰려가기도 했다.
제도의 수혜를 엉뚱한 곳에서 누리거나 다른 부작용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강릉의 경우 이마트는 쉬지만, 정작 강릉 최대 전통시장인 중앙시장 인근에 있는 홈플러스는 휴무가 아니어서 이쪽으로 손님이 몰렸다. 애초 대형마트가 아닌 '쇼핑센터'로 등록된 경우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포공항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이마트는 강제휴무에 들어간 반면 롯데마트는 영업을 했다.
또 강릉과 안동 등에서는 대형마트와 SSM이 쉬는 덕에 농협 하나로마트가 '풍선효과'로 수혜를 입고 있어 이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사실상 똑 같은 대형마트임에도 농협 하나로마트는 규제대상에서 빠져 있다. 강릉 중앙시장 상인들은 "강원도 내 186개나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를 규제하지 않으면 대형마트ㆍSSM 규제는 반쪽 짜리일 뿐"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