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아시아ㆍ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남녀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로 꼽혔다. 미국 뉴욕의 비영리재단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가 최근 발표한 '아시아 여성 지위 실태보고서'는 한국의 남녀 평등 실태를 파키스탄 네팔 인도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한국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51% 수준으로 아시아에서 최악이다.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덜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81%는 물론이고 일본의 60%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도 1.9%로 일본의 0.9%에 이어 최저 수준이다. 세계 평균 21%는 꿈 같은 얘기이고, 호주의 9.3%나 중국의 8.5%에도 한참 모자란다. 여성 학력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면서 성평등은 여성 문맹률 80%가 넘는 인도와 비슷하다니 부끄럽다.
지난 달 OECD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54.5%로 조사대상 40개국 중 32위에 머물렀고, 남녀 임금 격차는 38.9%로 가장 컸다.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욱 커져 남성의 절반 수준이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가장 큰 이유다. 많은 여성이 30대에 출산과 육아 때문에 퇴직하고 40ㆍ 50대에 재취업하면서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의 여성 임원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생색내기에 그친다. 과장급 이상 관리자도 14%에 불과하다. 전체 근로자의 4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승진과 의사결정에서는 소외되고 있다. 공기업이 여성관리자 30%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적은 아직 미미하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출산과 육아 지원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면서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 프랑스 스페인 등 일부 서유럽들처럼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법으로 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아시아 최악 남녀 불평등 국가라는 불명예도 그렇지만, 진정한 남녀 평등을 실현하지 않고는 국가 경쟁력과 미래 비전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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