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과 불곰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4배 더 오래 전에 공통 조상에서 분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독일 생물다양성과 기후연구센터 연구진은 "북극곰과 불곰 40마리의 DNA를 비교한 결과 두 종(種)은 60만년 전에 갈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육지의 30% 가량이 빙하로 덮여 있을 정도로 추웠던 지구의 날씨가 종 분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연구진은 세포 안에 있는 세포핵의 DNA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그동안 과학계에선 두 종의 분화가 10만여년 전쯤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엔 북극곰과 불곰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했더니 북극곰이 15만년 전 불곰에서 분화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세포 호흡을 돕는 생체물질. 모계유전이 돼 종을 구분하는 지표로 쓰인다. 불곰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북극곰에도 있다는 것은 북극곰이 불곰에서 나왔다는 말이다.
그러나 독일 연구진은 종 분화가 아니라 교미를 통해 불곰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북극곰에 흘러 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15만년 전 암컷 불곰과 수컷 북극곰이 교미해 낳은 암컷 새끼곰이 다른 수컷 북극곰과 짝을 지으면서 불곰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북극곰에 전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북극곰은 60만년이란 긴 시간 동안 추운 환경에 천천히 적응해왔다"며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는 등 급변하는 북극 환경에 북극곰은 매우 취약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20일자 표지 논문으로 소개됐다. 사이언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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