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가 치러진 22일 대중운동연합(UMP) 후보로 나선 니콜라 사르코지(57) 대통령은 평소와 달랐다. 오전 11시45분쯤(현지시간) 부인 카를라 브루니와 파리 16구의 투표소에 나타난 사르코지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에게 "소란을 일으켜 미안하다"고 말하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후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떠났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58) 후보는 사르코지보다 1시간 반쯤 앞서 자신의 지역구인 코레즈 지역 튈시에서 투표를 했다. 그는 투표 후 기자들에게 "프랑스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라며 "무엇보다 유권자들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1차투표에서 과반에 못 미치는 1,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두 사람은 내달 6일 결선투표까지 2주간의 맞대결을 펼치게 될 전망이다. 올랑드가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면 1995년 프랑수아 미테랑이 퇴임한 후 17년 만에 탄생하는 좌파 정권이 되며 사르코지는 31년 만에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현재까지 판세는 올랑드가 유리하다. 사르코지는 지난달 발생한 연쇄총격사건 이후 이민자 통제와 치안을 강조하며 우파 결집에 나서 1차투표 지지율에선 올랑드에 근접했지만 결선투표 여론조사에서는 한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20일 공개된 마지막 여론조사 결선투표 지지율에서도 올랑드가 55%로 45%인 사르코지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은 올랑드가 선두를 달리는 이유로 10%까지 치솟은 실업률 등 경제 문제와, 민심과 동떨어진 사르코지의 언행을 꼽고 있다. 호텔에서 일하는 엘리 라조프스키(38)는 투표 후 "대부분 사람들이 지난 5년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특히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사르코지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차투표는 가슴으로, 결선투표는 머리로'라는 프랑스 말을 인용해 사르코지가 반전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사르코지는 결선투표가 전통적으로 좌우대결 양상으로 흐르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또 토론에 능숙한 사르코지는 올랑드와 1대 1로 펼칠 TV토론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공무원인 마리 프랑세즈 구이예(55)는 22일 투표장을 나서며 "사르코지는 연금 등 중요한 개혁을 했고 긴축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결선투표에서는 사르코지가 승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르코지는 이미지 변신도 꾀하고 있다.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처음에는 실수를 했다"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를 내세우는 올랑드를 의식해 "내가 바뀌었기 때문에 대통령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도 말했다.
만만치 않은 지지를 얻고 있는 중위권 후보들도 결선투표의 변수다. 8개 기관의 마지막 여론조사 평균에서 극우파인 국민전선 마린 르펜(44) 후보는 15.75%를, 공산당과 좌파전선 공동후보인 장 뤽 멜랑숑(61)은 13.75%를 기록했다. 중도파인 민주운동당 프랑수아 바이루(61)의 지지율도 10.1%에 달한다.
올랑드는 멜랑숑 표의 흡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정책연대에는 부정적이다. 사르코지는 르펜 지지세력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르펜은 "프랑스 국민을 배신한 사르코지의 재선은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2007년 대선 1차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던 바이루는 당시 결선에서 아무도 지지하지 않았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