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운반차량 부품 수출로 결론이 날 듯하다. 북한이 선보인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껍데기 모형설도 있지만, 그보다 바퀴 16개짜리 운반차량이 중국 것과 닮아 추측 보도가 잇따랐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어떤 식이든 도움을 줬다"고 의혹을 키웠다. 그러나 결국 흔한 '차량 부품 수출'을 한껏 부풀린 형국이다. 북한을 제어하지 못하는 무력감을 엉뚱한 중국 때리기로 푼 것일까.
■ 애초 의혹은 중국 완산(萬山) 제조창의 WS-51200 미사일 운반차량을 지목했다. 2009년 안보리 결의 이후 12대를 어디론가 수출했다는 것이다. 이 차량은 적재중량 80톤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용이다. 옛 소련제 SS-20을 개량한 북한 신형 미사일은 무게 40톤 안팎이다. 북한은 1997년 벨로루시의 민스크 특수차량(MAZ)에서 바퀴 12개짜리 MAZ-547을 28대나 도입, SS-20 초기 개량형을 탑재했다. 그 차축(axle)을 장의사 리무진처럼 늘렸을 수 있다.
■ 노동 미사일도 차축을 늘린 MAZ-543에 실었다. 미사일 차량은 덤프트럭과 트레일러를 조합한 것이고, 북한은 1970년대부터 40톤 덤프트럭을 만든 경험이 있다. 게다가 완산과 MAZ는 군용과 민간용 특수차량의 핵심 부품을 미국 독일 등에서 수입해 쓴다. 공산권 특수차량을 독점 공급했던 MAZ는 독일기업 MAN과 합작, 첨단 벤츠 엔진 등으로 업그레이드한 MAZ-MAN 차량을 수출한다. 완산의 미사일 차량도 미국제 커민스 엔진에 독일제 ZF 변속기를 장착했다.
■ 완산은 애초 MAZ 차량을 뜯어 그대로 본 따는 역설계 방식으로 미사일 차량을 만들었다. 분쟁 끝에 정식 기술지원을 받아 양쪽 제품은 아주 닮았다. 그게 아니라도 우리 군의 MAN 미사일 차량 등 대형 특수차량은 앞모습이 대개 비슷하다. 이래저래 무작정 중국을 의심하는 것은 공연히 한중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늘 올바른 상식으로 봐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