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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등굣길에 실종된 어린이 이튼을 찾아라"/ 뉴욕경찰의 33년 집념 '한줄기 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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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등굣길에 실종된 어린이 이튼을 찾아라"/ 뉴욕경찰의 33년 집념 '한줄기 서광'

입력
2012.04.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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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8시 미국 뉴욕 맨해튼의 부촌 소호 인근 분홍색 7층 건물에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요원 4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건물 지하에서 착암기, 곡괭이로 콘크리트 바닥을 파고 벽체를 떼어낸 뒤 수거한 잔해를 걸러냈다. 33년 전 실종된 어린이 이튼 패츠를 찾기 위한 집념 어린 수사는 이렇게 재개됐다. 뉴욕 경찰은 "하루 24시간을 해도, 현장 작업 마무리까지 5일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 건물에서 한 블록이 채 떨어지지 않은 아파트에 살던 이튼은 1979년 5월 25일 등굣길에 실종됐다. 당시 여섯 살이던 이튼은 집에서 학교버스 정류장까지 처음으로 혼자 걸어가던 중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이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이튼은 우유곽에 얼굴이 인쇄된 첫 실종 어린이였다. 어린이 보호를 위한 법이 만들어졌고, 경찰의 유괴 추적 시스템도 정비됐다. 사건은 어린이를 혼자 거리에 내보내는 것조차 위험해진 시대를 알리는 계기이기도 했다.

기억에서 점차 잊혀지던 1983년 이튼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흔적도 없이'가 개봉되면서 실종아동 문제가 다시 뜨거워지자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이튼이 사라진 5월 25일을 '실종 어린이의 날'로 선포했다. 이후 한국을 비롯, 세계의 많은 나라가 이날을 '실종 어린이의 날'로 지정했다. 이튼 사건으로 아동보호와 관련한 모든 것이 바뀌었을 정도다. 그러나 이튼을 찾기 위한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2000년 용의자 아파트 수색을 마지막으로 사건을 미제로 종결했고 법원은 22년 만에 이튼의 법률적 사망을 선언했다.

하지만 진실의 문을 열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 검찰청 검사장이 2010년 재수사를 결정했고 얼마 전에는 FBI의 수색견들이 문제의 건물 지하에서 사람의 냄새를 맡았다. 당시 이 건물은 이튼과 알고 지낸 잡역부의 목공장으로 사용됐다. FBI는 이 남성을 찾아 심문한 뒤 이번 현장 수색을 결정했다. 수사팀이 가로 4m, 세로 19m의 이 지하 잔해더미에서 찾으려는 것은 이튼의 유품과 혈흔. 그가 유괴돼 지하에 암매장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DNA 검사에서 이튼의 혈흔이 확인되면 FBI는 33년 만에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FBI는 "증거가 발견되길 희망한다"면서도 "우리와 이튼의 가족은 시간에 구애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실이 시간에 묻힐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장 수색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을 이튼의 부모 스탠리와 줄리는 아들이 살아 있을 것으로 믿고 전화번호도 오랫동안 바꾸지 않았고 이사도 하지 않았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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