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가입할 만한 것인가. 사실 소비자들이 보험에 가입하면서 꼼꼼히 따져보는 경우가 잘 없다. 약관이 너무 복잡할뿐더러 보험사에서 불리한 것은 감추고 유리한 것만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연맹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변액연금보험 수익률을 비교해 발표하면서 생명보험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덕분에 변액연금보험 신규계약이 급감하고 해약문의 등 민원이 줄을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수익률을 비교 분석하는 실무를 담당했던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생명보험업계로부터 각종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또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 계약자 3,000여명에게 돌아가야 할 몫인 10조원 규모의 집단소송을 비롯, 생명보험사 이율담합 피해자공동소송(17조원), 은행 근저당설정비 환급소송(10조원), 백수보험 배당금 소송(6조원) 등 보험사와 은행 등을 상대로 40조원이 넘는 규모의 집단소송을 금융소비자연맹이 제기한 상태다. 조 부회장은 "길거리 다닐 때 조심하라"는 등의 각종 인신협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를 만나 변액연금보험 파동의 핵심쟁점과 보험계약상의 문제점 등을 들어봤다.
-보험소비자 연맹은 직접 출범시킨 것인가.
여럿이 같이 한 것이다. 인터넷이 붐이 일어났을 때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들 위해 필요한 정보, 궁금한 정보를 알려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상담도 하고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인기가 너무 좋았고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거기에 고무되어서 오프라인 사무국을 만들었다. 자동차보혐료가 계속 오르길래 처음으로 자동차보험료 인상 반대 성명을 냈었다. 소비자는 물론, 기자, 언론이 좋아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맹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보험만 했나.
지금도 그렇지만 보험쪽에 민원이 많다. 금융감독원 민원의 70~80%가 보험민원이다. 보험이 까다롭고 어렵고 복잡하다. 보험금이 크다 보니 보험 쪽 소비자들의 클레임이 많다. 1996년 우리나라 최초의 교통상해보험인 '차차차 교통안전보험'으로 히트를 친 적이 있다.우리나라에 없던 종류의 상품이었다. 일반사망은 보장을 안 해주고 교통재해만 보상을 해주는 것으로 보험료가 한 달에 21800원에 불과했다. 획기적인 보험료다. 당시 에피소드가 많았다. 당시가 IMF기간이었는데 설계사들이 한 달에 서너건 팔기가 무지 힘들었다. 그런데 20~30건을 팔았다. 계약서 양식이 없어서 계약을 못받을 정도였고 전산실 여직원들이 일이 바빠서 사표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 IMF 때 설계사들을 먹여 살던 상품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도 파격적이었다.
-연맹이 확대개편 된 게 언제인가.
2010년 4월1일부로 금융소비자연맹으로 바뀌었다. 금융소비자에 대한 권익 확보운동이 세계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보험 이외에 다른 금융소비자부문에 대한 권익문제도 굉장히 많이 있다. 근저당권설정이용반환, 카드수수료, 은행 이자율 문제 등 현안이 굉장히 많다. 다른 금융전문가들도 연맹에 영입했다.
-민간소비자단체가 어떻게 공정위하고 공동 작업을 하게됐나.
소비자단체가 공정위 소속이다. 공정위에 등록을 하게되어 있다. 공정위에서 소비자단체와 호흡을 맞춰 자금지원도 하고 있다.
-변액보험 수익률 보고서 실무를 담당했다.
변액 보험 상품평가는 2003년부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것을 소비자들한테 널리 알리면 좋겠다고 해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 작년에는 '변액유니버셜 보험'을 지원했었고 올해는 '변액연금'을 했다. 작업에 4개월 정도 걸렸다.
-반응이 굉장했다.
폭발적이였다.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1등이었다. 올해도 계속 9~10개씩 톱기사로 치고 나왔다.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월 20만원을 받아 10~15% 사업비로 떼고 나머지 18만5,000원정도를 펀드에 넣는다. 그러니까 보험사에서는 펀드에 들어간 18만5,000원 대비 수익률을 발표하니 굉장히 높게 나온다. 분모가 작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낸 돈 대비 수익률이 아니다. 우리는 20만원 낸 돈 대비 수익률 산출을 해서 발표를 했다. 그랬더니 10년간 물가상승률인 3.19%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가장 높은 게 4%대, 평균은 2%대고, 렝?것은 1%도 안된다. 그러니까 소비자들에게 충격이었다. 노후 준비하는데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면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실망이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숨기고 싶어했다. 숨긴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을 두 번 속이는 것이다. 진짜 까놓고 수익률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소비자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수익률을 높일 방법이 있나.
펀드를 예의주시 하다가 변경을 해야된다.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면 채권형의 펀드들은 주식쪽으로 갈아타고, 주식시장이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면 주식에서 빼가지고 채권형으로 옮겨탄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이런 현실적인 도움을 소비자들에게 줘야한다. 그냥 펀드에다 묻어두면 안된다. 관리를 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관리를 해야한다. 보험사에서는 관리를 해주지 않는다. 이런 것을 알려줘 할 필요가 있었다.
-소비자들이 펀드를 직접 관리하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그거 안 하면 수익률이 거꾸러진다.
-변액보험이라는 것이 보험사에서 알아서 수익률 관리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그렇게 알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다. 이런 것을 소비자들한테 정확한 정보를 줄 필요가 있는 거다. 자기가 펀드 관리를 해야 된다는 의무감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관리하는 방법도 알려줘야 하고.
-보험사에서 공격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생명보험협회가 만든 공시기준에 따라서 연 환산수익률을 산출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됐다니까 환장을 하는 거다. 평가 자체를 부정하려고 하니까. 그쪽은 권력도 있고 자금력도 풍부하다. 일부 언론을 통해 언론플레이를 계속 한다. 소송을 하겠다고 윽박지르고 협박하기도 한다. 우리 단체를 흔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음해하는 소리도 들린다. 뒤집어 파고 그런 것이 견딜 수 없이 힘이 든다. 우리는 시장을 무너뜨리고 보험설계사들에게 영업을 못하게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소비자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우리의 의무다. 그것을 마치 관련 산업에 대한 도전인 것처럼 비춰지게 한다.
-이런 일들을 방치하는 금융당국도 문제가 많은 것 같다.
공시위원회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보험업법에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공시위원회의 설치를 사업자 단체인 생명보험협회 산하에 해놨다. 거기에도 위원이 9명인데 위원장은 협회 홍보팀장이고, 위원들 6명이 보험업계 상품개발 부장들이다. 보험사 직원들을 박아 놓으면 소비자들에게 정말 알리고 싶은 정보를 알리겠나. 숨기고 싶은 건 숨기고, 부풀리고 싶은 건 부풀리고 자기네 마음대로 하도록 방치한 잘못도 금융 감독 당국에 있는 거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결탁한 건가.
그렇게 표현하면 굉장히 싫어할 거다. 아무튼 우리가 강조해왔듯이 금융당국이 소비자편 보다는 사업자편에 서 있지 않나 생각한다. 증거는 없다. 하지만 여태까지 펼쳐오는 정책이나 제도 등을 보면 소비자입장에서 서운한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다. 민원처리 방식 조차 그렇다.
-금융소비자들에게는 연락이 없었나.
많이 왔다. '잘 했다. 종기에 고름이 났으니 짤 때 확실히 짜줘라. 힘들 터인데 회비를 어디다 내면 되나. 변액연금 수익률이 궁금했는데 알고 역시 그랬구나' 등의 격려전화가 굉장히 많이 왔다.
-그러면 변액보험을 지금이라도 계약 파기를 할 수 있나.
10년 적금 식으로 판매했을 경우 사업비 부분을 숨겼다면 민원을 제기해서 돈을 돌려받는 방법이 좋다. 보장성 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으로 잘못 알고 들었으면 손실이 커지기 전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 연금보험 목적으로 들었으면 펀드를 제대로 관리해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이래저래 소비자들은 불만인데 원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나.
보험사의 명백한 잘못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래서 조금 힘들다. 설계사가 자기가 그렇게 알고 팔았다거나, 과대계산 했다는 등의 증거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것도 증거자료 아닌가.
개별 약정이니깐 어떻게 팔았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설계사가 제대로 알고 팔았고, 사업비도 떼고 설계 들어갔다고 말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자료작성 과정에서 힘든 건 없었나.
협회요구가 거셌다. 일반제조상품들은 원가가 얼마인지 계산하기가 힘들지만 금융상품은 1원 단위까지 원가가 나온다. 그래서 상품을 평가하면 1등부터 66등까지 순위가 쫙 나온다. 협회에서는 순위를 발표하지 말고 등급으로 나누라는 등의 요구가 있었다. 하위사들은 상품 판매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고발을 당했나.
업계가 보험업법을 걸어 이메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금융위원회에 면박을 당한 상황이다. 보험업법은 보험회사, 보험사 임직원, 설계사 등 사업자를 규율화 하기 위한 법인데 소炷渼報섯?거기다 집어넣는 것은 말이 안된다. 완전 몰상식이다. 어떻게 이익단체가 소비자단체에게 발표 전에 협의하라고 하나. 검열 받고 발표를 하라고 것이다. 이것은 환경단체가 환경오염 수치를 조사해서 폐수 흘린 회사에게 '우리가 발표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변액보험 가입을 하면 무조건 손해가 나는 건가.
10년 지나면 그런 거다. 지금 사업비가 너무 많다. 10~15%를 먼저 떼버린다. 그래서 수익률도 낮다. 보험 업계에서 이를 개혁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지 못할 것이다. 나중에 100% 민원이 발생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것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고발을 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
고발거리가 안되는 거다. 괜히 언론플레이를 하는 거 같다. 설계사들이나 계약자들한테 자기네 주장이 맞다고 주장하려는 것으로 문제를 호도하는 거다.
-보험사들의 영업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불리한 점을 알려주면 소비자가 가입을 안한다. 불입을 하면 사업비로 상당 부분을 떼어 가는데 누가 들겠나. 금융 상품에서 수수료, 사업비를 알려주지 않는 것은 보험뿐이다. 가장 불투명하다. 은행에서 단 돈 1,000원을 송금해도 수수료가 얼마인지 알 수 있는데 보험은 수익률도 사업비도 안 알려준다.
-다른 보험도 문제가 있겠다.
다 있다. 변액종신 같은 경우에는 더 많다. 20%씩 뗀다.가입자가 사망해야 득이 될 뿐이다.
-소비자의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금감원에서 공시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을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루 아침에 바꾸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제대로 공시를 한다면 좀 더 나아진다. 아마 보험사들 저항도 만만치 않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보험사들은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어딨나. 원가를 공개 하는 건 영업비밀'이라면서 저항할 것이다. 분명하다.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렵더라도 설명을 충분히 듣고 가입해야 한다. 가입 당시에 속이고 숨긴 건 나중에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 가입할 때 정확한 정보를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성 상품이기 때문에 민원이 즉시 발생하지 않는다. 10년, 20년 후에 보면 완전 허탕이다. 그 때 되돌릴 수도 없고, 가입 당시 정보나 자료도 다 없다. 연금보험은 그런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70년대 말 80년대 부풀려서 판매한 것들이다. 배당금 잔뜩 준다고 했는데 지금 배당금은 한 푼도 안 나오는 것 무지하게 많다. 시장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배당금이 없다고 한다. 소송해도 잘 안된다. 소비자가 알아야 권리를 행사를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알 권리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자기 권리를 침해 받으면 뭉쳐서 찾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은 너무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다. 뭉칠 때는 뭉쳐서 확실히 권리를 행사를 해야 한다. 보험을 들 때나 다른 계약을 할 때도 약관도 잘보고 공부도 하고 해서 스스로 잘 알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19대 국회가 할 일이 많겠다.
보험은 국회에서 다루기 어렵지만 소비자들이 권익을 찾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와 정책이 마련 됐으면 좋겠다. 공정위에서 보험사가 이율을 담합해서 소비자한테 17조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것을 적발했는데도 보험사들이 안돌려주고 있다. 자기네들이 담합했다고 공정위에서 자백하고는 안돌려주고 있다. 이것을 받으려면 개별 소송을 해야한다. 우리 연맹이 지원해주고 있다. 그런 것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권리행사를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바뀌면 좋겠다. 특히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한 그룹이 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나머지 피해자들도 전부 다 보상을 해주는 것이 집단 소송제도다. 지금은 증권분야만 되어있다. 보험에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앞으로는 어떤 분야에 집중하나.
우리가 활동해오던 거 지속적으로 하면서 앞으로는 은행과 카드사의 불공정거래 행위, 카드사가 서민들에게 고리, 수수료를 과다하게 떼는 문제, 보험의 정부공시제도, 사업비 투명화 등등의 작업들을 할 거다.
● 조연행은 누구
1961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교보생명에 입사해 15년간 보험상품개발을 한 보험맨이다. 2001년 3월부터 보험소비자연맹을 출범시켰고 지난해 3월 은행·증권·카드·캐피털·신용정보 등 금융 영역으로 확대 개편해 금융소비자연맹을 만들었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