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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궁궐지킴이·전쟁기념관 도슨트 "30년 은행원 은퇴 후도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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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궁궐지킴이·전쟁기념관 도슨트 "30년 은행원 은퇴 후도 바빠요"

입력
2012.04.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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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점장일 때야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감독하는 일이 다였죠. 은퇴 후엔 달라질 수 밖에 없었어요. 다시 일을 하기 위해선 스스로 낮출 줄도 알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 도전하려는 의지도 필요하더군요."

30년을 은행원으로 산 우성윤(62)씨는 2007년 은퇴 후 직업을 세 가지나 더 얻었다. 숲 해설가, 덕수궁 궁궐지킴이, 용산 전쟁기념관 도슨트(안내인)가 적힌 명함 세 개를 갖고 있다.

그가 세 가지 일을 구하게 된 계기는 은퇴를 몇 달 앞둔 시기에 받은 강의가 결정적이었다. "퇴직 앞두고 회사에서 퇴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 중 숲 해설가가 와서 하는 교육이 있었는데 '아!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씨는 산림청과 숲 해설가 협회가 제공하는 해설가 교육을 1년 동안 받았다. 지금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대모산에서 숲 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강남구를 통해 숲 해설을 신청한 단체 구성원들에게 한 달에 보통 5회, 겨울철을 제외하곤 1년에 50회 정도 숲 해설을 한다"고 했다.

궁궐 지킴이는 인터넷 검색을 하다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일도 하고 남에게 봉사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일의 매력"이라고 했다. 2008년 1월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에서 모집하는 우리 궁궐 지킴이 봉사단에 도전했다. "역사에 관심은 많았어도 지식은 전무했어요. 이론 교육 3개월, 현장 실습을 무려 8개월이나 받았지요." 궁궐 지킴이는 격주로 금요일과 토요일 하루 6시간 동안 궁에 나가 관람객들에게 궁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 준다. 급여도 없는 순전히 무료 봉사지만 우씨는 궁궐을 찾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힘이 난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던 2월 어느 날 덕수궁을 찾은 초등학생과 엄마가 있었어요. 광주에서 방학이라고 궁궐투어를 왔다는 말에 대충 시간이나 때우자는 생각이 싹 사라졌죠. 한 시간 가까이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해주니 참 보람 있었어요. 잊히지 않습니다."

은퇴 후 여러 일을 하면서 부부 사이도 한결 가까워졌다. "2009년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박물관 해설자를 모집했는데 저는 해설자로, 아내는 질서유지 안내원으로 자원했어요. 매주 금요일 오전 부부가 용산 전쟁기념관으로 같이 출근하는 행복은 말로 설명 못합니다."

우씨는 은퇴 후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사회 구조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60대 나이도 청춘이라 부르잖아요.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정년에 걸려 어쩔수없이 은퇴를 하는 시니어들에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 아닌가요?"

글·사진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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