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 서비스업감시과 사무관 4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휴대전화 가격이 합리적인지 반년에 걸친 조사자료를 공유하는 회의였다. 자신의 휴대전화 구입 경험담을 나누던 이들이 내린 결론은 “우리 모두 속았다”였다. 제조사나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값을 30만원 부풀린 뒤 고작 10만원도 안 되는 보조금을 주면서 싸게 판다고 생색내거나, 공짜전화라고 해놓고도 실제 고객 부담금이 기기 값보다 많은 사례가 속출했다. 김상윤(35) 사무관은 “조사 담당자도 이렇게 속는데 일반 소비자 중에 속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었다”면서 “국민들이 더는 이런 기만적인 상술에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눈 가리고 아웅식 보조금’으로 결론이 나자 처리에 속도가 붙었다. 사법시험 출신인 김상윤ㆍ류태일(34) 사무관이 법리 검토를, 경제학 전공인 임경환(36)ㆍ박현규(27) 사무관은 휴대전화 가격과 요금제 분석을 각각 맡았다. 사무관 한 명이 사건 하나를 담당하는 게 보통이지만 부당한 고객 유인 등 각종 부당행위가 얽히고설켜있어 4명이 팀을 이뤘다. 하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한 싸움은 만만치 않았다. 공정위 조사를 수 차례 받아온 때문인지 불공정행위를 입증할 자료를 찾기 쉽지 않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조사방해는 집요했다. 임 사무관은 “현장조사 때 몸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삼성전자처럼 막무가내로 출입을 원천 봉쇄한 경우는 없었다”며 “글로벌기업이라는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혀를 찼다. 이들은 악전고투 끝에 조사 착수 1년여 만인 지난달 중순 ‘이동통신 3사, 휴대전화 제조 3사에 과징금 453억원 부과’라는 성과를 거뒀다. 임 사무관은 “건강한 시장경제를 만들려면 공정위 감시와 더불어 공정경쟁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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