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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부끄러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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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부끄러움에 대하여

입력
2012.04.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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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잘못을 하였을 때 나는 얼굴 빨개지는 여자가 된다. 그러다 보니 솔직함만큼 무시무시한 무기가 없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해내곤 한다. 선거 결과를 놓고 쯧쯧 혀를 차게 했던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문대성, 내겐 정치인이라기보다 IOC위원이라기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로 기억되는 바, 그는 어떤 미래를 꿈꾸다 예까지 오게 되었을까. 선거 내내 표절 의혹이 계속 제기되었고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주장들이 보태지면서 나는 그의 물러남을 기대했던 것도 같다.

양심에 발을 얹지 않고서야 원, 이런 망신을 예상치 못했다면 그건 우리를 바보로 알았기 때문이 아니었으랴. 아 참, 그에게 표를 던진 민심도 분명 있었지. 그러고 보면 표절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우리 모두 잘 몰랐던 건 아닐까. 남의 글 몇 줄 베껴 쓰는 게 뭐 그리 대수겠어, 라는 방만함으로 네 것을 내 것인 양 삼는 일이야말로 극악무도한 도둑질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어쨌거나 그를 욕하기 전에 우리부터 반성하자는 건 우리 사회가 책 읽고 글 쓰는 법을 일찌감치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침부터 밤까지 돌려차기에 바쁜 그를 돌려세워 놓고 책 읽어라, 글 써라, 가르친 스승이 계셨다면 어땠을까. 같은 죄 몫으로 조마조마 떨리는 심장 부여잡고 있는 분들, 아이 참 시간이 없다니까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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