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동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통신비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CEO들로부터 냉담한 반응만 돌아와 이 위원장만 머쓱하게 됐다.
이 위원장은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이동통신 3사 CEO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통신료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이용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CEO들은 일제히 난색을 표시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선문답'하듯 이발비 얘기를 꺼냈다. 이 회장은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다"며 "교통비도 오르고 심지어 손자 이발비도 3만원이 든다"고 응수했다. 세상 물가가 다 올랐는데 통신요금만 낮추라는 정부 요구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IT 산업발전의 밑거름은 인프라와 솔루션이 만드는 것이고 그 근간은 요금이니 전체 산업적 측면에서 요금정책을 검토해 달라"고 난색을 표시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도 "필요한 부분에 적극 협조할 테니 시장 상황을 봐가며 유연하게 정책을 펴달라"고 답했다.
통신업체들은 현재 통신료 인하에 매우 예민한 상황. 선거철을 맞아 정치권의 요금인하 공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 때만 되면 통신료 인하가 나오고 정부가 바뀌면 또 통신료 인하 얘기부터 나온다. 장관이 바뀌어도 또 통신료 인하얘기를 꺼내니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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