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김형태 당선자의 출당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지 못해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만약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데 걸림돌이 되거나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선거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런저런 문제들이 나오고 잡음도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위원장의 언급은 우선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문대성 당선자를 겨냥해 "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발언 전체를 찬찬히 보면 총선 이후 당내 전반에 만연한 해이함에 대한 군기잡기로 볼 수 있다.
4ㆍ11총선 승리 이후 미소를 잃지 않던 박 위원장의 얼굴은 이날 심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총선 직후 제가 기자회견에서 말씀 드렸듯이 우리당이 민생과 관련 되지 않은 일로 갈등∙분열하거나, 과거를 망각하고 다시 정쟁을 하면 정권재창출로 가기 전에 국민들이 우리를 심판할 것"이라며 "이 점을 항상 생각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또 "저는 과거 탄핵, 이번 총선 등 두 번에 걸쳐 국민들께 용서를 구하고 한번만 기회를 주십사 부탁 드렸다"며 "또 용서를 구하고 기회를 주십사 말씀드릴 수는 없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당선된 분들은 저와 함께 국민들께 드린 약속을 챙기는 것이 최우선 과업이자 책임"이라며 "정부도 남은 기간 국민들께 실망 드렸던 부분을 바로잡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해 정쟁의 중심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총선 승리로 주가를 올리던 박 위원장으로선 문 당선자와 성 추행 의혹을 받은 김형태 당선자 파문은 뜻하지 않게 만난 악재였다. 두 당선자 거취 논란이 길어지면서 "원칙만 강조하다가 선제적 대응에 실패했다""권위적이고 닫힌 리더십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등의 비판이 쏟아졌고 박 위원장 이미지도 훼손됐다.
당내 일부에선"그 동안 벌어놓은 점수를 총선 승리 일주일 만에 다 까먹었다" 는 푸념도 나왔다. 그래서 박 위원장의 강경 발언에는 측근들에 대한 경고와 자신을 향한 다짐의 의미가 함께 들어 있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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