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 논현지구대 경찰관들이 2006년부터 2년간 강남 일대 유흥업소 수 십 곳에서 매달 수 천 만원을 상납 받아 나눠가졌다는 의혹이 불거진 19일 강남서와 옛 논현지구대(현 논현1ㆍ2파출소)는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물 좋은 강남 경찰'이라는 세간의 지적이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논현동 유흥가는 논현역에서 신논현역으로 이어지는 강남대로 옆 영동시장 먹자골목이다. 이 골목에 노래방 간판을 단 업소만 100여곳. 또 논현동 일대엔 유흥주점도 많고 일반 음식점으로 위장해 영업을 하는 '텐프로' 등 고급 룸살롱도 널렸다. 룸살롱 황제 이경백(40ㆍ구속)씨에게서 집중적인 상납을 받았다 체포된 경찰들도 논현지구대 소속이 많았다. 이 지구대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근까지 인근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했던 A(45)씨는 "논현동 H포차 주변에서 불법 영업을 하는 유흥주점들이 경찰에 돈을 많이 댄 것으로 안다"며 "삐끼가 취객을 유인해 수백만원씩 바가지를 씌워 문제가 된 곳이 이쪽인데 피해자들이 신고하면 지구대원들이 무마시켜주곤 했다"고 주장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영동시장 쪽 유흥주점, 바 등은 찔러서 불법 아닌 곳이 별로 없다. 고급술집은 하루 매출만 수 천 만원씩 하기 때문에 경찰 단속 피하고 한 달에 1,000만원 쥐어주는 게 이익"이라며 "단속 경찰이 돈 받으려 마음 먹으면 그 이상도 받을 수 있어 유혹에 노출되기 쉬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현 1ㆍ2파출소 직원들은 "현재 상황은 많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곳의 관할은 2010년부터 논현지구대에서 논현1ㆍ2파출소로 넘어왔다. 논현1파출소 관계자는 "과거만 해도 삐끼 술집 바가지요금 시비로 신고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지만 요즘엔 그런 일이 거의 없어 출동할 일도 많지 않다"며 "요새는 역삼동 쪽이 더 문제 아니냐"고 해명했다. 김성주 논현2파출소장은 "논현1ㆍ2 파출소에 7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지난해를 전후로 직원도 전원 물갈이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이날 이경백씨에게 수 천 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전 논현지구대 소속 경사 A씨 등 현직 경찰관 3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논현지구대 근무 당시 이씨가 운영하는 업소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조직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까지 이씨 뇌물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사법 처리된 경찰관은 모두 10명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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