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일상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이 디지털화, 온라인화 하는 '빅 데이터(Big Data)'시대다. 빅 데이터란 범람하는 홍수처럼 인간의 처리·관리 용량을 훨씬 넘어설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데이터 집합을 뜻하는데, 정보(IT)기술의 발달로 모든 활동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축적되면서 최근 주목 받게 된 개념이다. 다시 말해 데이터를 모으면 소비자들이 무엇을 하고(구글), 어떤 것을 사며(아마존), 누구와 사귀는 지(페이스북)이 알 수 있게 됐다. 때문에 빅 데이터를 분석해 그 의미와 가치를 뽑아내 활용하는 작업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에게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T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기업, 정부의 빅 데이터 관리의 현주소는 어떨까. 피터 드러거, 토머스 프리드먼과 함께 세계 3대 경영전략가이자 분석 경영의 대가로 꼽히는 토머스 데이븐포트(58·사진) 밥슨칼리지 교수의 평가는 "아직 멀었다"이다.
데이븐 포트 교수는 19일 LG CNS 주최로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IT 지식콘퍼런스 '엔트루월드 2012'에서 '분석과 빅 데이터'를 주제로 강연한 뒤 인터뷰를 갖고 "한국 대기업들은 여전히 합리적 의사결정 보다는 기존 관행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의 조직 구조가 수직적이고, 연봉서열을 중요시 하다 보니 의사결정에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구체적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여러 대기업들과 일해 온 결과"라며 "분석자료도 아직까지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아닌 일상적 운영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미국에서도 대기업들이 빅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아직 이례적"이라면서도 "이베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온라인 기업, 소수 생명공학 기업, 제조업체 중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세계 어느 곳보다 많은 데이터가 넘쳐나고 있고,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장비, 서비스가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빅 데이터 분석은 필수적이라는 것.
이를 위해 그는 무엇보다 빅 데이터를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하는 인재인 데이터 과학자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빅 데이터 로드맵 전략을 수립 중인 우리 정부에는 "한국이 강점인 제조, 통신, 게임 등 전략 산업을 정한 후 데이터 유형과 분석 방법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대학들과 연계해 대학별로 특화된 빅 데이터 분석 인력을 양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현재 빅 데이터 활용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빅 브라더의 출현 가능성이다. 이용자의 정보를 손바닥처럼 들여다 볼 수 있게 됨으로써 일어나게 될 프라이버시 침해가 그 것이다. 그는 "데이터 보안이나 사생활 보호 규정이 각국 별로 다르고, 고객정보를 활용했을 때 고객의 반응이 어떨지 아직 모른다"며 "이런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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