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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회원카드 신청서 "난 너의 모든걸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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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회원카드 신청서 "난 너의 모든걸 알고싶다"

입력
2012.04.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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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직장인 A(31)씨는 최근 혼수를 준비하러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갔다가 백화점 전용카드 발급을 권유 받았다. A씨는 "물품 값의 5%를 할인해주고 연회비도 없다"는 직원 말에 혹해 신청서를 작성하던 중 필수기재 항목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집주소, 휴대폰번호,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주거유형(본인 소유, 가족 소유, 전세, 월세 등)과 주거형태(아파트, 빌라 등), 계좌번호, 결혼기념일 등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기입하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카드 발급을 포기한 A씨는 "가맹점이라곤 현대백화점 단 한곳인데, '신상털기'는 카드사보다 더한데다 직원이 신용카드인 백화점 전용카드를 마치 포인트카드인 것처럼 설명해 불쾌했다"고 말했다.

대형 백화점들이 전용카드 발급을 권유하며 전업 카드사들보다 더한 '신상털기'를 하고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자본금 20억원이 넘는 회사는 신용카드 등 외상판매용 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 백화점들은 이를 활용해 겸영여신업자로 등록한 뒤 할인을 미끼로 고객에게 전용카드 발급을 권하면서 무차별적으로 개인 신상정보를 캐내고 있는 것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오로지 자사 백화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혜택은 신규 발급 고객에게 3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5% 할인권 3매를 주는 게 전부. 이후엔 매월 사용실적에 따라 할인권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이처럼 쥐꼬리만한 혜택을 주면서도 고객의 개인정보는 전업 카드사들보다 더 많이 수집한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시정조치에 따라 이름, 집주소, 주민등록번호, 휴대폰번호 등 기본 정보만 수집하고, 주거유형 및 주거형태, 결혼기념일 등 민감한 내용은 필수기재 항목에서 제외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지난달부터 주거형태와 결혼여부가 선택항목으로 바뀌었으나 일부 영업점에서 옛날 신청서 양식을 계속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온라인 카드 신청만 보더라도 주거형태 등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다음 페이지로 아예 넘어가질 않는다.

다른 백화점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고객 정보를 무차별 수집하기는 마찬가지다. 갤러리아백화점은 기본 신상정보와 함께 주거소유권과 주거형태, 결혼여부를 반드시 적도록 했다. 갤러리아 직원이 카드 발급을 권유한 경우에는 해당자의 사원번호를 적도록 하는 항목도 있다. 카드 발급 권유와 수당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롯데백화점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카드의 신용카드를 적극 권하는 동시에 포인트만 적립되는 백화점카드를 발급받는 고객한테도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번호, 집 전화번호 등을 요구한다.

백화점들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백화점도 카드를 발급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신용카드사인데, 카드발급 신청서를 고객의 소비를 부추기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신용카드 발급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보 요구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은 사생활 침해 및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며 "백화점카드는 사실상 감독당국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발급의 기본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불완전 판매 등 피해사례가 발생하면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백화점 직원이 고객한테 카드 발급을 권유할 수는 있으나 발급 조건 등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카드사처럼 시정조치를 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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