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는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마침내 협상테이블에 앉는다. 양사의 최고경영자인 최지성 부회장과 팀 쿡 CEO가 만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허전쟁의 큰 물길이 대결에서 대화로 마침내 바뀌게 된 것인데, 하지만 넘어야 할 고비가 워낙 많아 최종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소송문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담당 루시 고 판사는 협상의향을 물었고, 양측은 긍정적으로 답했다. 루시 고 판사는 "법원의 중재아래 진행될 이번 협상에는 양 사의 CEO와 최고법률책임자가 직접 법원에 출두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협상기한은 90일 이내로 정해졌다.
양 사가 법원 권고를 따를 경우 삼성전자 쪽에선 최지성 부회장이, 애플 쪽에선 팀 쿡 CEO가 협상테이블에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지난해 4월 애플이 삼성전자에 대해 디자인 및 이용자사용환경(UI) 특허 침해를 이유로 첫 특허침해 소송을 낸 곳이다.
업계에선 이번 법원 결정이 양 사 특허전쟁에 큰 전환점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고위소식통은 "삼성전자도 애플도 장기화되는 소모적 특허전쟁에 모두 부담과 협상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협상을 제의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라며 "법원이 그 테이블을 만들어줬다"고 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허전쟁의 조기종결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18일 "부당한 소송 제기에 끝까지 맞선다는 기존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최지성 부회장이 실제 갈지 말지를 포함해) 구체적인 건 결정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타협점까지 넘어야 할 산은 너무도 많다. 일단 양측이 특허권침해라고 주장하는 대상부터 다르다. 애플은 디자인과 UI를, 삼성전자는 통신특허기술을 각각 소송쟁점으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애플이 주장하는 디자인과 UI는 그것을 피한 제품을 만들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보유한 통신특허기술은 애플이 피해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삼성의 통신기술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국제적 협약(프랜드) 대상인 만큼 배타적 특허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설령 양사가 크로스 라이선스(특허공유) 같은 방식으로 합의를 한다 해도 주고 받을 로열티 금액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현재 양사의 특허소송은 전 세계 10여개국 법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법원 권고에 따라 협상이 개시되어도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내 소송에 국한된 것일 뿐, 엄밀히 말해 유럽 호주 일본 한국 등에서 진행되는 소송은 별개 사안이다.
이런 현실적 난관 때문에 세계적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안 뮬러도 "이번 협상 테이블은 두 회사의 자발적인 의지로 진행되는 게 아니고 루시 고 판사의 명령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법원이 양사가 만나 합의를 모색하도록 중재할 수는 있지만 합의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 법원의 중재로 협상을 벌였던 구글과 오라클도 타협에 실패하고 현재 특허소송을 재개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기간이 몇 년씩 이어질 수도 있고 소송은 소송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자의든 타의든 양 사가 만나 공식대화를 시작한다는 건 특허전쟁 흐름에 중대 분수령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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