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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명품도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입력
2012.04.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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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건축물인 '성가족성당'은 1882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해서 올해로 130년째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으로, 본 사람마다 그 건축이 뿜어내는 아우라에 압도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성가족성당은 기부금과 관광수익으로 지어지고 있어 완성되려면 적어도 100년은 더 걸린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후대의 조각가나 건축가들이 가우디가 남긴 설계의 조각조각을 이어 맞추며 새로운 부분을 완성하고, 한쪽에서는 예전에 지어져 낡은 부분들을 보수하고 있다. 말하자면 가우디는 건물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100년 이상 이어지는 이야기를 창조한 것이고, 그 이야기가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에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자산이 되고 있다.

가우디의 건축처럼 다른 어디에도 없는 것, 흉내낼 수 없는 유일한 가치, 이런 의미를 지닌 것들을 우리는 '명품'이라 부른다. 요즘은 그 의미가 많이 세속화되고 상품화되어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흔해졌지만, 명품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 특히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장인의 땀과 명예를 의미한다. 나아가서는 시대의 정신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것은 가격으로 환산하거나 교환의 대상, 무게로 달아서 평가하는 치졸한 물질적 가치를 의미하지 않는다.

좋은 도시는 옛것, 새것을 구별하지 않고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간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각각의 개체들이 다른 개체와 충돌하고 관계 맺으며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개별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 관계들이 연속성을 가지고 오랜 시간 이어질 때 도시는 정체성을 갖게 된다.

세계화, 도시화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도시들이 앞 다퉈 각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또 연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도 서울을 비롯해 수많은 도시들,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내세운 슬로건에는 '명품도시'를 지향한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마산, 진해와 통합되면서 서울보다 면적이 넓은 인구 108만 명의 큰 도시로 거듭난 창원 또한 명품도시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본래 '창원'이라는 지명 또한 6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8년(1408)에 의창·회원 두 현을 병합해 창원부로 삼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통합 이전의 창원은 발달한 산업과 널찍한 도로가 인상적이었고, 마산은 오래된 도시로서 안정감이 있고, 진해는 바다라는 천혜의 자연이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된다. 세 도시가 합쳐졌다는 소식을 들으며 반듯한 넓은 이마와 연륜이 새겨놓은 현명한 주름이 공존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갖는 세 도시의 구성원들은 어떤 식으로 '충돌'하고 '관계' 맺으며 도시의 정체성을 이루어낼 것인가.

이 세 도시를 이어주는 하나의 요소가 바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환경 도시로서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는 창원은 2008년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르총회를, 지난해에는 유엔 3대 환경협약 중 하나인 '사막화방지협약총회'를 개최했고, 올해 4월엔 '국제교육도시연합'(IAEC) 세계총회를 연다고 한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개최되는 창원 IAEC 세계총회의 주제 또한 환경을 담은 '녹색환경, 창조적 교육'이다.

창원은 이번 총회에서 지구온난화와 환경적 위험으로부터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세계 각국 도시들의 창조적인 사례를 공유한다. 이를 기반으로 환경과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창조적인 정책 및 공공 공간에 대한 교육적인 접근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화와 역사가 다른 세계의 다양한 도시들이 모여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만큼 창원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리라 여겨진다.

노은주 가온건축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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