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하이라이트는 '링컨의 부활'이었다. 포드가 만드는 링컨은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과 함께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럭셔리 세단의 원조. 하지만 BWM,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등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링컨의 부활을 알린 차가 7년 만에 풀 체인지 한 '링컨 MKZ' 였다. 링컨이 미국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형 세단 시장의 승부수로 내세운 이 차를 접한 모터쇼 참가자들은 무엇보다 환골탈태한 디자인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막스 볼프 링컨 디자인센터 총괄은 "새롭게 태어나는 링컨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며 "미국 차의 디자인 변화를 이끌 차"라고 치켜 세웠다.
'젊고 세련된' 2세대 링컨을 이끈 주역은 두 명의 한국인 디자이너였다. 수 캉(49ㆍ한국명 강수영) 링컨 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와 솔로몬 송(44ㆍ한국명 송승호) 디자이너. 수 캉은 차 내부 인테리어를, 솔로몬 송은 차 겉모습 디자인을 사이 좋게 나눠 맡았다.
17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링컨 디자인센터에서 만난 수 캉은 "한국인들이 미적 감각이 좋고 성실해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인기가 많다"며 "이 곳의 25명 디자이너 중 6명이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다.
1986년 링컨 디자인센터에 입사한 수 캉은 미국 완성차 회사의 첫 여성 디자이너였고, 지금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유일한 여성 수석디자이너다. 하프 전공 음대생이었던 그는 대학시절 미술 교양 강좌를 듣다 우연히 참가한 링컨 주최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깜짝' 대상을 받고 포드의 디자이너 영입 제의를 받아들이며 진로를 바꿨다.
"여성의 섬세함이 경쟁력"이라는 그는 신형 MKZ를 디자인하면서 계기판 높이를 20%정도 낮추고, 운전석 옆 기어 박스를 없애고, 기어 변속기를 버튼 식으로 바꾸는 등 파격을 시도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고급스러움을 지키면서도 공간 활용도를 크게 높였다"고 찬사를 쏟아냈다.
솔로몬 송은 이번에 링컨의 상징할 수 있는 앞 범퍼의 세로 방향 그릴 대신 가로 방향 그릴을 채택해, 날렵함을 강화했다. 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도입하면서 라이트 크기를 줄여 고급스러움을 두드러지게 했다. 이들이 만든 신형 링컨MKZ는 연말 미국 시장에 선보인 뒤 내년 초 국내에 들어온다.
현대ㆍ기아차에 대한 평가도 빠뜨리지 않았다. 수 캉은 "제네시스는 내외관 어딜 봐도 흠 잡을 데 없다"며 "현대차가 제네시스에 현대차 로고를 달 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솔로몬 송은 그러나 "현대차는 베끼기가 많다"며 "에쿠스 의 후방 카메라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나 후방 램프에 LED를 쓰면서 크기를 줄이지 않은 것을 보면 엔지니어팀과 디자인팀의 의견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미국)=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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