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강경한' 비둘기(온건파ㆍ금융완화론자)다. 임기 4년간 이뤄진 49차례 금리 결정에서 그가 금리 인상을 주장한 건 딱 한 차례뿐이었다. 20일 임기를 마치는 강명헌 금융통화위원 얘기다. 그는 18일 기자에게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하고 간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한은 금통위 역사에 전무후무한 인물로 기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 출신 강 위원은 시작부터 비둘기 성향을 시장에 확고히 각인시켰다. 취임 후 첫 회의였던 2008년 5월, 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졌지만 강 위원은 최도성 위원과 함께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냈다. 금리가 인상된 그 해 8월엔 홀로 동결 의견을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가파른 금리 인하 행진이 이어질 때도 그는 '튀는 행보'를 이어갔다. 2008년 10월 하순 한국은행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0.75%포인트 대폭 인하할 당시 비록 소수의견을 남기진 않았지만 "1%포인트 대폭 하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냈고, 또 0.25%포인트를 인하한 11월 초에는 혼자서 0.5%포인트 인하가 필요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후 2009년 3월과 4월 금리 동결 행진이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그는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금리 인상 행보가 시작된 2010년 7월 이후에도 그의 비둘기 본색은 두드러졌다. 이후 이뤄진 5차례 금리 인상 과정에서 강 위원이 금리 인상 의견을 개진한 것은 작년 6월 단 1차례. 2010년11월에도 만장일치 금리 인상이 이뤄지긴 했지만, 강 위원이 홀로 동결 의견을 냈다가 마지막에서야 "다수 의견에 따르겠다"며 입장을 철회한 결과였다. 이번에 함께 물러나는 최도성 위원이 12차례, 김대식 위원이 11차례 금리 인상 의견을 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의 통화정책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강 위원은 작년 9월 한은 국정감사에서 줄곧 금리 인상에 반대해 온 이유를 묻는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강 위원의 태도는 퇴임을 이틀 앞둔 지금도 확고했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금통위가 물가안정을 제1의 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물가만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리 인상에 실기를 했다고 무책임하게 주장하는데 그건 나중에야 판단할 수 있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브라질만 봐도 마구 금리를 올리더니 지금은 금리를 내리고 난리를 쳐도 경제가 어렵지 않은가"라며 "현재 국내 물가가 2%대로 내려선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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