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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학생 자살 우리는 왜 막지 못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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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학생 자살 우리는 왜 막지 못했던가

입력
2012.04.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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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 경북 영주 중학생 이모군의 비극은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사실을 아프게 확인해준다. 마지막 나날들, 그 아이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던 순간들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학교에서 정신과 치료를 권했을 때 가정에선 왜 귀를 기울이지 못했는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민감한 시점의 학생상담에서 교사는 어째서 아이의 괴로움을 눈치조차 채지 못한 건가. 왜 아무도 이군을 향한 집요한 괴롭힘을 문제로 느끼지 못한 걸까. 거듭된 학교폭력 예방캠페인에도 불구하고 가해 학생이 조직한 '○○패밀리'의 존재가 파악되지 못한 건 무슨 이유일까.

이번 일이 벌어진 Y중학교에서도 형식적인 대책은 큰 차질 없이 시행됐다. 학교는 지난해에 이미 이군의 '자살 위험도'를 파악했다. 2학년 승급 직후 학생상담도 했다. 최근엔 폭력 및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여섯 차례에 걸쳐 범죄 예방교실을 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이군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고통에서 건져내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우리는 그것을 '안일함'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의 권유에 "왜 자꾸 환자 취급하느냐"며 치료를 거부한 가정의 안일함. 뚜렷한 목표와 보다 친밀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아이들의 고민과 생각을 끄집어내지 못한 학생상담의 안일함. 급우들 간에 연필로 찌르고, 뒤에서 끌어안고 뽀뽀를 하는 행위는 단순한 장난이라고 본 안일함 등이 이군을 비극으로 몰아갔다고 본다.

가정과 학생 당사자를 빼면 누구보다도 교사와 학교가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의 안일함을 깨는 데 앞장서야 한다. 사소한 장난처럼 보여도 당하는 학생이 괴롭게 느낀다면 엄연한 학교폭력이다. 교육당국은 이미 부담임제 등을 내놓았지만 우선 담임교사가 이런 일을 예민하게 파악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보완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그러나 백약(百藥)보다 중요한 건 일상 속에 묻히기 십상인 학교폭력의 기미를 비상하게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교사의 예민한 촉각과 경각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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