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무덤이 있는 땅 밑으로
투시 카메라가 들어간다
삶의 음화 같은 초음파에선
죽음이 먼저다
무덤 속에서
작은 유골 하나가 돌아눕는다
유골은 갑자기 빙의된 생명이 불쾌하다
척추로 들어와 심장을 움직이고
뇌수로 이어져 지루한 사념이 시작되며
마침내 구부린 다리에 피가 돌아
무릎이 저리기도 하는 이 생명이
견디기 힘들다
심장 소리에요,
신기하죠?
의사가 볼륨을 높이자
생명 때문에 화난 유골의 쿵쾅거리는 소리
제발 망자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
심장 때문에 마디마다 덜그럭거리며
유골은 작은 묘지 속에서
생명에 맞서 가망 없는 싸움을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열리는 몸 밖으로 백기를 들고 쫓겨 나오며
허파가 터지도록 밀려드는 공기에 익사 직전까지 내몰려
모든 위엄을 포기한 채
손에 꼭 쥐고 있던
죽음을 돌려 달라고
안하무인으로
악을 쓴다
사람들은 죽음을 느닷없는 것, 엄습해 오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생명과 무관하게 존재했던 것. 그러다 생명을 가지게 되었죠. 물론 길어봤자 백년. 그리고 다시 죽은 물질의 상태로 그것은 천년, 만년 어쩌면 영원히 존재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니 느닷없는 것은 생명이지요. 생명의 이 돌출적 상태를 우리는 자주 망각합니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 장구한 것이라는 이 생각. 따지고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참 오래된 생각인데요. 모두가 생명의 신비를 느끼는 순간에, 죽음으로 가득 찬 몸, 생명으로 불편한 몸을 보는 시인의 상상력은 참 새롭고 아, 놀랍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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