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00일 넘게 기름값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ℓ당 2,060원을 돌파하자 정부가 유가 안정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기름값 안정의 관건인 유류세 인하는 제외한 채 알뜰주유소 확대 등 석유시장 경쟁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알뜰주유소와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 유가 안정대책에 관한 관계부처 협의가 마무리됐다”면서 “지식경제부가 중심이 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란 제재, 신흥국 경기회복 등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국내 기름값도 계속 상승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경부는 19일 오전 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함께 유가 안정대책을 발표한다. 이번 대책에는 ▦혼합 석유판매제도 개선 ▦석유 전자상거래 확대 ▦알뜰주유소 활성화 등 석유 유통구조 개선 및 경쟁 활성화 방안이 주로 담기며, 유류세 인하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석유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유 4사로 이뤄진 과점체제를 최대한 경쟁구도로 바꾸기 위해 혼합 석유판매제도 개선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예컨대 기존 SK주유소는 SK사의 기름만 취급하도록 약정을 맺어 다른 회사의 기름값이 싸더라도 사다 팔 수 없었다. 하지만 혼합 석유판매제도가 도입되면 다른 회사의 기름을 일정 비율 섞어 팔 수 있어 정유사 간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지경부는 또 지난달 말 문을 연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과 알뜰주유소 확대를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수수료를 낮춰 정유업체들이 전자상거래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고,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에 알뜰주유소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들은 기름값을 내리려면 시장의 노력(경쟁 활성화)과 정부의 고통분담(유류세 인하)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원 한국납세자연맹 정책위원장은 “휘발유 값에서 세금 비중이 48%인 반면, 정유사와 주유소 마진은 6% 정도에 불과하다”며 “시장 경쟁을 활성화한다고 유가가 얼마나 내려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쟁 활성화도 필요하지만 유류세를 낮추는 게 유가를 안정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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