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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중학생 투신/ 물 뿌리고…찌르고…침 묻히고 "안 때리겠다" 패밀리 가입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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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중학생 투신/ 물 뿌리고…찌르고…침 묻히고 "안 때리겠다" 패밀리 가입 강요

입력
2012.04.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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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 장례식장에 오면 죽일 거야, 꼭"

학교폭력에 못 이겨 아파트 20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이모(14)군이 16일 오전 8시54분 자살직전 자신을 괴롭혀온 A군에게 마지막 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에 담긴 섬뜩한 문구에는 그의 분노와 아픔이 얼마나 컸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키 175㎝ 몸무게 70㎏으로 건장한 체격의 이군이 A군 등 같은 반 친구 세 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한 것은 2학년 갓 올라온 지난달 초순이다. 초등학교 동기생인 A군이 2학년 같은 반이 되면서 장난처럼 시작된 괴롭힘이 도를 넘어섰다.

이동식 수업을 하는 역사시간에는 이군의 뒤와 옆자리에 A군 등 친구 세 명이 에워싸고 옆구리를 연필로 찌르고는 모른 척했다. 이군을 뒤에서 끌어안기도 하고, 뽀뽀를 하려다 얼굴에 침을 묻히기도 했다. 미술시간에는 그림에다 물을 뿌렸고, 등과 뒤통수를 마구 때렸다. 괴롭힘은 하루도 그냥 넘어간 적이 없었다. 이군은"괴롭히지 마"라고 항의도 했지만 이들은 이를 비웃었다.

한 달 가까이 이군을 괴롭히던 A군 등은 최근 자신들의 모임에 가입할 것을 강요했다. 가입조건으로 때리지도 괴롭히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에 솔깃한 이군은 12일 A군의 이름을 딴 'OO패밀리'로 불리는 이 모임에 마지못해 가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군에게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더 괴롭힐 것"이라며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군은 이날 처음으로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유서에서 밝혔다.

이군은 그 후 틈만 나면 A군과 같이 다녀야 했다. 쉬는 시간, 점심 시간, 심지어 주말에도 그를 만나야 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부하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 자식과 노는 건 제일 싫다'는 것이 이 군의 자살 동기였다.

하지만 A군은 전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A군은 지난달 8일 싸이월드에 '남산짱'이라는 닉네임으로 "그저 뒤에서 놀려보니까 재미있더라"는 글을 올렸다.

15일 밤 유서를 쓴 이군은 16일 오전 7시58분 아파트 현관을 나왔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 "화장실 가려고 왔다"며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8시8분쯤 집을 나왔다. 그가 1분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20층에 내린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조금만 더 대화를 나눴으면 막을 수 있었을 텐 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17일 오후 2시30분 경북 영주시 영주기독병원 장례식장. 이모(14ㆍ중2)군의 시신이 부검을 마치고 영구차로 옮겨지자 이군의 가족들은"OO야, 가지마"를 외치며 오열했다. 오후 3시 장례식장을 출발한 영구차는 10분 후 이군이 다니던 Y중학교에 도착, 5분간 교정을 돌았다. 유난히 뜨거운 봄날 200여명의 학우들은 두 줄로 나란히 서서 이군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주=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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