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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할거 시대 끝나고 새 판 짜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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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할거 시대 끝나고 새 판 짜는 IT

입력
2012.04.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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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는 경기민감도가 가장 높은 업종. 길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가깝게는 유럽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IT기업들이 경기변동을 견디지 못해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감원과 감산은 물론 사실상 도산직전까지 간 기업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몇몇 업체들은 옛 영광재현을 위해 감산 감원을 통해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가장 치열한 곳은 일본 소니다. 소니는 히라이 가즈오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하자 대규모 감산ㆍ감원을 선언한 상태다.

소니는 우선 버릴 사업과 살릴 사업을 나눠 대대적 사업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 결과 화학부문은 일본정책투자은행에 매각키로 했으며, 중소형LCD는 이달 초 도시바 및 히타치제작소와 통합을 결정했다. '명가 부활'을 선언한 TV부문도 제품종류를 줄이고 생산량도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니는 이를 통해 연말까지 총 1만명을 감원할 예정인데 이는 전체직원의 약 6%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니와 쌍벽을 이루는 일본내 최대가전업체 중 하나인 파나소닉에도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3D TV 등 주력 상품이 한국 업체들의 제품에 비해 밀려 고전하면서 파나소닉은 2013년까지 총 4만명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휴대폰 업계 역시 적자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한창이다. 세계 휴대폰 업계의 절대지존으로 군림했던 노키아의 경우 스마트폰의 적기 대응 실패로 14년 만에 세계 1위 자리(올해 1분기 기준)를 삼성전자에게 빼앗겼다. 급기야 헝가리와 멕시코, 핀란드에서 4,000명의 감원 계획을 밝히며 군살빼기에 돌입했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CEO는 이와는 별도로, 비용 절감을 위해 최소 1만 4,000명의 인력을 줄여가겠다고 밝힌 상황.

'오바마폰'으로 히트를 쳤던 블랙배리 제조업체인 캐나다 림(RIM) 역시 지난해 말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2,000명의 감원 계획을 밝히며 긴축경영에 착수한 상태다.

사활을 건 '치킨 게임'이 벌어졌던 반도체 부문에선 이미 일본 엘피다가 쓰러진 상태다. 반도체업계 3위였던 엘피다는 지난해 말 주력제품인 D램 생산량을 25%까지 감산하면서 회생을 시도했지만 결국 지난 2월 파산보호(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말았다.

인터넷 업체인 야후도 연말까지 전체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2,000명 감원 계획을 공표했다. 야후 사상 최대의 감원이다. 야후측은 이번 감원으로 연간 3억7,500만달러의 미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산업의 격변은 전자유통업에도 지각변동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 가전제품유통망의 최강이었던 양판점 베스트바이는 온라인 채널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CEO를 해임했다. 이어 트레이드마크였던 대형매장의 면적을 줄이고 인원도 축소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업계에선 IT업계의 감원ㆍ감산바람은 결국 글로벌 시장재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군웅할거의 시대가 끝나고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CD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휴대폰은 애플과 삼성전자 ▦TV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인터넷서비스는 구글과 페이스북 식으로 양강 구도로 다시 짜여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행히 국내 IT기업들은 승자로 남게 되었지만 언제 어떻게 격변기가 다시 도래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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