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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빛나는 2인자 대우증권 김택수 감독-오상은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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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빛나는 2인자 대우증권 김택수 감독-오상은 선수

입력
2012.04.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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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탁구의 '조연' 두 명이 뭉쳤다. '2인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찬란한 '주연 무대'를 만들기 위해 먼 길을 돌아서왔다. 바로 KDB 대우증권을 이끌고 있는 김택수(42) 감독과 오상은(35)의 이야기다. 한솥밥을 먹다가 2006년 헤어진 뒤 둘은 6년 만에 다시 한 팀에서 재회했다. 이제는 대우증권을 최고의 명문 탁구클럽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힘을 합쳤다. 지난 15일 춘천호반체육관에서 만난 둘은 '감독과 선수'가 아닌 같은 길을 걷는 '형제' 같았다.

환상적인 조연의 앙상블로 '주연' 지휘

한국탁구의 역사에서 김 감독과 오상은은 빛나는 조연 역할을 해왔다. 둘은 훌륭한 경쟁자이자 파트너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남규와 유승민을 배출하는데 기여했다. 오상은은 "밖에서 보기에는 저와 김 감독님을 2인자로 볼 수 있다. 비슷한 점이 많아 아무래도 끌린 것 같다"고 말했다.

둘의 환상적인 앙상블은 오상은의 첫 국제무대에서 검증됐다. 김 감독과 오상은은 1997년 카타르에서 열린 프로투어 파이널 단체전에 함께 출전했다. 한국 대표로 나가 세계최강 중국을 준결승에서 제압했다. 오상은은 "성인이 된 뒤 나간 첫 국제대회였는데 제가 세계 1위 공링후이와 왕타오를 꺾고 김 감독님이 다시 공링후이를 제압해 결승에 진출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도 "당시 중국은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둘은 이듬해 프로투어 파이널에서도 함께 출전해 만리장성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다시 만난 둘은 대우증권의 명가 부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김 감독은 "오상은이 들어오면서 팀 전력이 안정됐다. 궁극적으로 모든 선수들이 오고 싶어하는 구단을 만들겠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FM(모범생)과 야생마의 만남

둘은 2003~06년 KT&G(현 인삼공사)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 그렇지만 김 감독이 대우증권 창단을 위해 팀을 떠나면서 헤어졌다. 오상은은 "사실 당시에 감독님에게 정말 서운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갑자기 떠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김 감독은 "갑자기 혼자 떠나 상은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계속해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 기회가 생겨 조금이나마 마음을 덜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연말 오상은이 퇴출파문을 겪자 손을 내밀었고, 결국 둘은 '신뢰'라는 연결고리로 다시 맺어졌다.

김 감독에게 '오상은이란 □□이다'란 질문을 던지자 흥미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초원에서 뛰어 노는 '야생마'에 비유한 김 감독은 "야생마는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상은이도 풍부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잘 길들이겠다"고 설명했다. 오상은은 "김 감독은 FM이다"고 운을 뗀 뒤 "선수나 지도자 때나 언제나 FM대로 생활하며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다른 후배들도 저 보고 규칙적인 틀 내에서 생활하는 FM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비슷한 것 같다"고 살짝 웃었다.

'올림픽 메달'과 '실업 1년생'

김 감독이 오상은을 영입할 때 내세운 조건이 '올림픽 메달'. 오상은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김 감독과 굳게 약속한 뒤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 중인 오상은은 "실업 1년생의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하고 있다. 감독님이 믿어주신 만큼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상은의 효과는 분명히 나타났다. 대우증권이 지난 15일 끝난 종별탁구선수권에서 단체전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 비록 오상은은 규정 탓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후배들을 다독이며 팀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올림픽까지 금주령도 내려졌다. 김 감독은 "올림픽에 대한 정신무장을 하기 위해 술을 금했다"고 강조했다. 고된 훈련을 소화하면서 82㎏에서 5㎏나 빠진 오상은은 "감독님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 신기술인 백스냅 돌리기도 50% 정도 완성했다. 올림픽에서는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김 감독을 향해 듬직한 미소를 보냈다.

춘천=글ㆍ사진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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