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16일 세계은행 제12대 총재로 공식 선출됐다. 세계은행 최초의 아시아계 총재라는 영예를 안은 그는 무엇보다 저개발 국가의 경제 성장을 돕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 차기 총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한국과 같은 경제성장을 다른 저개발 국가들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힌 만큼 저개발 국가의 빈곤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도 "세계은행은 경제 발전과 함께 빈곤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 본연의 임무에 더해 신흥국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 이번 총재 선출 과정에서 처음 독자후보를 내며 경쟁한 신흥국들은 미국과 유럽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총재직을 나눠 갖는 관행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은 "미국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총재 선출 방식은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운영 재원 확보 차원에서도 신흥국에 손을 벌려야 할 처지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개발도상국 대출금으로 570억달러를 풀었지만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대 5조달러의 여유 자금을 확보한 신흥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신임 총재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재 선출 과정을 비판하며 중도 사퇴한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도 자본금 확충을 세계은행의 최대 과제로 꼽았다.
직원이 1만3,000명에 이를 정도로 비대해진 조직을 어떻게 바꿔나갈지도 관심사다. 과도한 연금이나 평생고용을 보장해 주는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높았다. 김용 차기 총재도 최근 미국 재무부를 통한 성명에서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개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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